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방송 뉴스는 왜 드라마를 닮아가나?

입력
2023.03.13 00:00
27면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매일매일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오락물을 소비하면서 기쁨과 슬픔과 같은 다양한 정서적 경험을 한다. 미디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러한 정서적 경험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것을 '즐김'이라고 한다.

즐김과 관련한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가 '감성성향이론(Affective Disposition Theory)'. 이 이론은 드라마로 대표되는 미디어 오락물을 기본적으로 선(善)과 악(惡)의 대결로 본다. 좋은 주인공은 선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좋은 주인공과 대결하는 또 다른 주인공은 나쁜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예를 들어,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텔레비전 아침 드라마를 보면 착한 며느리들과 나쁜 시어머니나 시누이들이 주로 그려진다. 착한 며느리는 남편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역할로 묘사된다. 이들을 괴롭히고 위기에 빠뜨리는 자, 즉 악당들은 끊임없이 주인공을 괴롭히면서 희열을 느낀다. 이러한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들의 감성적 성향을 보면, 주인공인 착한 며느리들을 좋아하게 되고, 이들의 성공에 기뻐하고 고통이나 실패에는 안타까워하고 슬퍼한다. 반대로 악당을 싫어하고, 이들의 성공에는 분노하고, 패배에는 기뻐한다.

이렇듯 미디어 오락물의 즐김 과정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주인공에 대한 감성적 성향이다.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주인공의 행위를 관찰하고 승인하면, 이는 주인공을 향한 긍정적인 정서(좋아함·관심)의 형성으로 연결된다. 반대로,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주인공에 맞서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또 다른 주인공(악당)의 행위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그 악당을 향한 부정적 정서(싫어함·분개)의 형성을 초래한다. 다시 말해, 시청자들은 미디어 오락물의 초반부에 있는 등장인물의 개발 단계에서 관찰을 통해 이들의 행위와 의도를 승인함으로써 좋아하는 주인공에 대한 긍정적 감성 성향을 가지게 되고 악인에게는 반대로 이들의 행위와 의도를 승인하지 않음으로써 부정적 감성 성향이 생성된다.

위에서 언급한 막장 드라마가 현실보다 더 재미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쉽고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들이 만화영화나 다른 드라마를 볼 때, 저 사람이 우리 편이에요? 악당이에요?라고 물어보는 것은 이러한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는 착한 사람은 착한 행동만, 나쁜 사람은 나쁜 행동만 한다. 그러니 주인공과 악당에 대한 감성성향이 쉽고 강하게 형성된다.

문제는 현실이다. 먼저 나 자신부터 살펴보자. 나는 완벽하게 착한 사람인가? 아니면 아주 나쁜 사람인가? 나는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실수도 하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타인에게 나쁘게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을 한다. 보통 자신이 착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사기를 당한다. 이렇듯 현실은 대체로 드라마나 영화처럼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에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는 뉴스나 정치 관련 비평, 토크쇼에서 드라마를 보는 듯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즉 우리 편과 남의 편으로 가르고, 우리 편은 절대적으로 옳고 남의 편은 절대적으로 그르다는 형태의 인식과 발언들이 난무한다. 우리 편이 잘되면 좋겠지만 남의 편이 잘못되는 것에 대해 더 열광한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없다. 공자님의 말씀처럼 정치가 올바르게 하는 것이라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서로 존중하고 같이 세상을 올바르게 만들어 나가면 되지 않을까?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듯하여 걱정이다.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