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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없었다면 챗봇도 없었다

입력
2023.03.12 20:00
수정
2023.03.31 15:3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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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우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AF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2022년 가을 출시된 오픈(OPEN)AI사의 챗봇 '챗GPT'에 대한 세상 관심이 뜨겁다. 언론들은 챗GPT 성능에 놀라며,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혁명적 파급 효과를 가져다줄 거라고 평가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극도의 공포심으로 사용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챗봇은 음성이나 문자를 통해 인간과 쌍방향 대화 방식으로 특정 작업을 수행하도록 짜여진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발전 과정에서 토크봇(talkbot), 채터박스(chatterbox), 채터봇(chatterbot) 혹은 그냥 봇(bot)으로도 불렸다. 1966년 MIT에서 개발된 최초의 챗봇(chatbot) '엘리자(ELIZA)'는 매우 간단한 의사소통의 논리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크고 작은 챗봇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도 수십 년 동안 챗봇은 크게 주목받지를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었다. 1999년 유선 전화기를 들고 '짜장면' 하고 말하면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하게 주문을 받는 음성주문 서비스(음성 챗봇)를 이용하면서 엉뚱한 답을 하는 것에 실소를 금치 못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25년이 지나 음성인식 인공지능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다.

똑똑한 챗봇의 상용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연관 인접 하드웨어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한 챗봇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야만 하는데,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의 처리속도와 저장용량이 급격히 향상되자 빅데이터 딥 러닝 기술이 실용성을 갖게 되었고 챗봇을 구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챗봇기술 자체뿐 아니라 주변 여건이 조성되어야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챗GPT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60년 동안 이어진 수많은 사람과 기업의 시도와 좌절 그리고 시행착오의 산물이다. 도전 정신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밑거름이 되었다. 치열한 경쟁도 챗봇 상용화에 중요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애플이 '시리'를 개발한 이후 전 세계 주요 IT 기업들이 자체 음성인식 서비스 기술을 개발했고 상용화 '경쟁'이 격화되었다. 챗GPT도 애플의 음성비서(챗봇) 서비스 '시리'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의 연속선상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2011년 '시리' 출시 때에도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들은 "애플이 맥 컴퓨터로 일으켰던 '혁명'을 시리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호했었다. 음성 명령을 인식해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는 기기는 이전에도 많이 존재했지만, 시리는 특정 단어가 아니라 맥락적인 질문에 대답을 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기술 및 서비스들과 차이가 있었다. 음성인식 기능과 함께 사용자의 문맥(context)에 맞는 답을 하는 시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게 놀랐다. 2016년, 페이스북은 개발자용 메신저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인공지능 비서가 모든 것을 금방이라도 다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키웠고, 국내 기업들도 빅스비, 클로바, 누구 등의 음성 챗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분명한 점은 오픈AI사의 챗GPT 출시가 생성형 AI의 대표 기술(Generative Pre-trained technology)을 바탕으로 '더 똑똑한 챗봇' 개발 경쟁을 또 한번 가속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일 것이다. 구글·오픈AI·딥마인드 등 전 세계 관련 기업들이 범용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도전과 좌절 극복, 재도전의 여정을 가고 있고, 챗GPT도 챗봇 발전 역사 중 단지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경쟁은 인류의 진보를 위한 유용한 수단적 가치다. 챗GPT 의 출현도 60년이라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했고 더 성능 좋은 챗봇 개발 경쟁을 통해 발전과 진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거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도구에 대한 인류의 꿈은 오랜 옛날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영화 허(Her·2013년)처럼 언젠가 인류는 인공지능 챗봇과 사랑에 빠지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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