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첫 주총 맞아 소액주주 부쩍 챙겨
'총수 복귀해 책임 경영' 움직임도
# 현대차는 23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절차 개선안을 상정한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SK 등도 같은 안건을 이달 주총에 올렸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처럼 배당액 확정일 이후 배당 기준일을 설정, 투자자가 배당금 규모를 먼저 확인한 뒤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정관 바꾸기에 나선 것이다.
주총 시즌이 본격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중계, 전자·서면투표 등이 활성화되며 소액주주 목소리가 높아진 탓인지 거리 두기가 완화된 첫 주총인 올해에는 유독 기업들이 주주를 위한 안건을 많이 챙기고 있다. 재계에선 "경제 환경이 어려울수록 주주를 믿고 경영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페이, 한화솔루션, LS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투표는 PC, 스마트폰 등으로 현장에 가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코로나19가 활발할 시기(도입기업 2019년 654개→2022년 1,669개)에 빠르게 보급됐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그룹사의 주주 친화 행보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잇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LG화학을 시작으로 LG그룹 계열사들은 전자투표제를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주총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기업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현대차, 풀무원 등에 이어 올해는 LG유플러스가 합류하기로 했다.
특정 성별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해선 안 된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이사회 구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 삼성SDI 등은 이번 주총을 통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린다. SK이노베이션은 사외이사를 기존 5명에 1명을 추가하며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 여성 2명을 30일 주총에 후보로 상정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독립성, 전문성, 다양성 등을 기준으로 선임하고 있다"며 "선진 지배구조 구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기업가치와 경쟁력 훼손하는 주주제안도 상정"
주주권리 신장과 함께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칠성음료 등기이사),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그룹 내 상장 3사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의 복귀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그룹 측은 "글로벌 투자 인수합병, 사업확장 등에 대해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한 것”이라고 했고, 셀트리온 측은 "특유의 리더십이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을 이겨내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 지배구조를 위협할 주주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①카카오와 하이브가 SM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면서 31일 예정된 SM 주총에 이사후보를 양쪽에서 내세운 것을 비롯, ②배당성향을 상장사 평균인 20% 높이도록 요구(태광산업) ③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농심홀딩스) ④소액주주 등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KB금융, JB금융, BYC) 등을 이번 주총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재혁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주주 이익을 높이는 건전한 안건도 있지만 행동주의펀드를 중심으로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훼손하는 제안도 많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당장의 이익만 추구하는 제안인지 장기적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제안인지 주총에서 뜨겁게 논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