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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수상... 바람둥이 친정아버지가 뒤를 밟는데

입력
2023.03.11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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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플러스 영화 '온 더 록스'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로라는 아버지 펠릭스와 함께 수상스러운 남편 딘의 뒤를 쫓는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로라는 아버지 펠릭스와 함께 수상스러운 남편 딘의 뒤를 쫓는다. 애플TV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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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수상하다. 예전 같지 않다. 출장에서 돌아와 제대로 안아주지 않는다. 여행가방에 낯선 여자 물건이 들어있다. 남편이 해명하나 한번 든 의심은 가시지 않는다. 소설 쓰기는 진척이 없다. 두 아이 육아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기도 하다. 로라(라시다 존스)는 아버지 펠릭스(빌 머리)에게 무심코 남편 이야기를 꺼낸다. 소문난 바람둥이 펠릭스는 사위 딘(말런 웨이언)을 바로 의심한다. 자신의 여성편력이 남다르니까.

①장인이 직접 나선 뒷조사

남편 딘은 여전히 다정하고 가정적이나 로라를 대하는 모습이 예전만 못하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남편 딘은 여전히 다정하고 가정적이나 로라를 대하는 모습이 예전만 못하다. 애플TV플러스 제공

펠릭스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동적이다. 미술중개상으로 마당발이다.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딘의 뒤를 밟아줄 수 있다고 로라에게 말한다. 딘의 수상한 행적을 파악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한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이니까.

로라는 혼란스럽다. 딘을 의심하면서도 자신이 예민해진 탓으로 돌리려 한다. 펠릭스는 의심을 부추긴다. 애지중지 키웠던 딸이 상처받아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딘이 명품시계점에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사실을 로라에게 전하기도 한다. 로라는 생일선물로 고작 주방용품을 받았을 뿐이다.

②언짢은 일로 자주 보게 된 아버지

로라는 주변사람들의 이러저러한 말들을 들으면서 남편에 대한 의심을 더욱 키우게 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로라는 주변사람들의 이러저러한 말들을 들으면서 남편에 대한 의심을 더욱 키우게 된다. 애플TV플러스 제공

펠릭스와 로라는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다. 딘의 부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펠릭스는 왠지 활력이 넘쳐 보인다. 언짢은 일 때문이라고 하나 딸을 종종 보게 돼 기쁜 듯하다. 로라는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하면서도 의지를 한다.

로라의 어린 시절이 평탄했을 리 없다. 바람둥이 아버지를 뒀으니까. 로라는 아버지에게 앙금이 있다. 딘의 뒷조사에 나서면서 로라는 펠릭스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다. 아이러니다. 불행이 가져다 준 조그만 행복이라고 할까.

③소동으로 확인한 가족애

소동을 거치며 가족애는 더 강해진다. 로라와 펠릭스 사이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소동을 거치며 가족애는 더 강해진다. 로라와 펠릭스 사이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영화는 심각하지 않다. 불륜이 소재이나 치정극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펠릭스의 부추김으로 소동이 벌어지긴 한다. 작은 갈등이 발생하나 결국 사랑으로 매듭지어진다. 관계의 파탄은 없고, 모두가 이전보다 원활한 사이가 된다. 심심할 수 있는 내용이나 은근히 재미있다. 작은 웃음들과 더불어 꽤 긴 여운을 준다. 아담한 장소에서 정교한 실내악을 들은 듯한 기분이라고 할까.

감독은 소피아 코폴라다. 영화 ‘대부’ 시리즈로 유명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이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로 연출 재능을 인정받았다. ‘썸웨어’(2010)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최고상)을, ‘매혹당한 사람들’(2017)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아버지의 명성 덕을 봤다는 혹평이 있으나 재능이 과대평가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온 더 록스’에서는 심각하지도, 웃기지도 않게 이야기를 능숙하게 조율해내는 솜씨를 보여준다.

뷰+포인트

귀에 익은 음악들이 정겹다. 로라가 딘과 결혼할 때 울리는 노래는 ‘나는 너무 쉽게 사랑에 빠져요(I Fall in Love Too Easily)’다. 로라가 딘을 의심할 때 흐르는 노래는 ‘난 당신 없이도 아주 잘 지내요(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다. 모두 쳇 베이커가 부른다. 상투적인 선곡이나 꽤 잘 어울린다. 파국으로 치닫지 않는 인물들의 관계를 묘사하기 제격이다. 제목 ‘온 더 록스(On The Rocks)는 중의적이다. 위스키에 얼음을 넣어 먹는 펠릭스의 음주 방식을 의미하면서도 위기에 처한 관계를 뜻한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7%, 관객 50%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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