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바흐무트 공방전', 러시아군 승리 조짐
"전략적 가치보단 상징성 큰 곳"... 필사적 전투
러, 3주 만에 주요 도시 대규모 공습... 6명 사망
8개월간 이어진 '바흐무트 공방전'이 결국 러시아군의 승리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서구 면적(41.6km²)에 불과한 우크라이나의 소도시 바흐무트는 사실 전략적 요충지로 보기 힘든데도, 두 나라는 이곳에 화력을 쏟아부었고 어느덧 이번 전쟁의 상징적 장소로까지 떠올랐다. 이젠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형국이 됐다.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거의 점령했다"고 공언하는 것도, 우크라이나가 '사수 의지'를 굽히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연구소(IWS)의 러시아 분석가 카롤리나 허드를 인용해 "바흐무트는 전략적으로 특별히 중요한 도시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도네츠크주(州)의 주요 도시 크라마토르스크나 슬로뱐스크에서 30마일(48㎞) 이상 떨어진 데다, 교통의 요지로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가 막대한 군사력을 투입하고 우크라이나가 필사적 항전에 나서면서 바흐무트 전투는 전쟁의 핵심 변곡점이 됐다. 분석가들도 "치열한 전투 탓에 결과적으로 양국 모두에 엄청난 정치적 중요성을 갖는 곳이 됐다"고 WP에 말했다.
한때 인구 7만 명가량이었던 바흐무트는 현재 4,000명 남짓의 민간인만 남은 '유령 도시'로 전락했다. 건물 대부분이 폐허가 됐는데, 최근 러시아군의 승기가 굳어지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사무총장은 이날 "며칠 안에 바흐무트가 러시아군에 함락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도 "바흐무트 3면을 포위했고, 동쪽을 점령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날 오후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동쪽에서 러시아군의 격렬한 공격을 물리쳤다"고 맞받았다.
서방 "전쟁 흐름 바뀌지 않아"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은 설사 바흐무트를 내주더라도 큰 타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전황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도 6일 "(바흐무트는) 전략이나 작전보다는 상징적 가치"라며 "함락되더라도 러시아가 흐름을 바꿨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패색이 짙어지자 바흐무트 지역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군을 지치게 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한다. 나토 관계자도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1명당 5명의 러시아 군인이 죽었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바흐무트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양국의 손실 규모"라고 짚었다. 무리한 병력 투입을 감안하면, 승리한다 해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실제 전략적 가치를 떠나, 바흐무트 전투 승패가 양국 군대의 '사기'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장악하면 우크라이나 동부 주요 도시의 점령으로 가는 '열린 길'을 갖게 된다"며 방어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 제기된 '바흐무트 철수설'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별다른 승전보를 울리지 못한 러시아군으로서도 바흐무트는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는 용병 5만 명을 보내는 등 필사적 태세다. BBC는 "바흐무트 점령에 실패하면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군은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 남부 오데사 등에 주요 도시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 약 90발의 미사일과 자폭 드론으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지난달 16일 이후 3주 만의 전국적 공격이다. 에너지 기반시설이 주요 목표였던 탓에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잇따랐고, 최소 6명이 숨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