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정우택 국회부의장 등 4박 5일 일정
확장억제 넘어 '통합억제'...한반도 불안감 불식
반대급부로 우크라에 무기 지원 요구할 가능성
여야 국회의원 6명이 이달 말 미국 초청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를 방문한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기구인 나토를 아시아 국가 의원들이 공식 방문하는 건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안보공약인 '확장억제'가 믿을 만한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미국이 유럽을 끌어들여 한국의 의구심을 달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을 단장 격으로 여야 의원 6명이 이달 27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벨기에를 찾는다. 국민의힘에선 정 부의장을 비롯해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과 하태경 의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안규백·박용진·윤건영 의원이 포함됐다. 주로 국회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인사들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나토에 대표부를 개설했다. 앞서 6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 참석했다. 한국은 나토의 파트너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 의원들을 초청한 건 우리 정부도 나토도 아닌 미국이다. 주한미국대사관과 주나토미국대표부가 행사를 주도했다. 미국의 노림수가 깔려있다고 볼만한 대목이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강조해온 미국은 일본 의원들을 상대로도 같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초청 순서에서 한국이 앞섰다.
미국이 이처럼 한국에 적극적인 건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불안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맹에 대한 공격에 맞서 응징을 강조하지만, 선제 핵사용을 공언한 북한을 상대로 핵우산이 제대로 작동할지 단언하긴 어렵다. 독자적 핵무장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비핵화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어서 미국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회 관계자는 “나토에서 다룰 핵심 주제는 나토의 핵 방어로, 이를 동북아지역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확장억제보다 넓은 범주의 '통합억제'가 각광받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외교력 등을 포괄적으로 결합한 통합억제를 핵심안보전략으로 내세웠다. 확장억제가 미국이 동맹국에 자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통합억제는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 자산을 네트워크 형태로 합쳐 한반도에 적용하는 훨씬 폭넓은 개념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나토가 한반도를 포함한 인태지역 유사시에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통합억제로 가면 확장억제보다 억제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나토 간 높은 군사협력 수준을 직접 보여주며 한국을 안심시키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반대급부로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필요성이 함께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토 입장에서 한국의 참여를 기대하는 최우선 분야이기 때문이다. 나토는 한국을 포함한 파트너국을 상대로 살상무기를 포함한 군사지원에 동참을 요구해 왔다.
이에 정부는 인도적 지원 방침을 고수하며 "비살상용 군수품만 보낼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서구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자 성의를 보이며 기여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 침공에 맞서 전장에 투입할 탄약이 부족해지자 최근 두 차례 국내 방산업체가 생산한 탄약을 미국에 수출하며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우회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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