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700명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
일본 지역 재생 성공 모델 고스게촌 이야기

산과 계곡을 향하고 있는 절벽 위의 오두막 객실에서는 고스게촌의 웅대한 자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도 체감할 수 있다. 황소자리 제공

산과 계곡을 향하고 있는 절벽 위의 오두막 객실에서는 고스게촌의 웅대한 자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도 체감할 수 있다. 황소자리 제공
폭설이 내리면 고립돼 육지의 섬이 되는 산골 마을. 2014년 기준 주민은 700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절반은 50세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 마을은 이제 젊은 인재들이 몰리는 '이상적인 공간'으로 불린다. 비법은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만든 것. 주민들은 호텔 지배인이자 식자재와 장식품을 생산하는 주체가 됐다. 일본 지역 재생을 상징하는 성공모델, 야마나시현 기타쓰루군 고스게촌 이야기다.
신간 '700명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는 제목 그대로, 고스게촌을 미래형 마을로 탈바꿈시킨 저자 시마다 슌페이의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시마다는 '고향의 꿈을 현실로'를 목표로 한 지역 재생 인큐베이팅 회사 '사토유메'의 대표다. 그는 "사랑하는 풍경이나 삶은 자신이 애써 지켜내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고향을 지키는 사람'을 늘 꿈꿔 왔다. 저자에게 고향이란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삶을 담는 곳. 그래서 산촌을 재생해 지키는 것은 그의 가치관에 딱 들어맞는 일이었다.
2014년 마을에 특색 있는 휴게소를 지으려는 고스게촌 측의 컨설팅 요청에 응하면서 이 마을과 인연을 맺은 저자는 점차 변화를 이끌어 낸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2019년 개장한 호텔. 150여 년 된 빈 '대갓집'과 가파른 절벽 위에 쓰러질 듯 서 있던 작은 집 두 채를 호텔로 바꿨다. 주민들이 수확한 재료는 로컬 미식코스로 재탄생했다.

호텔 개장까지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저자 시마다 슌페이는 마을 65세 이상 노년층이 모인 친목 모임인 '노인 교실'에 먼저 호텔의 콘셉트를 공개했다. 노인들은 호텔로 탈바꿈한 '대갓집'을 보며 기뻐했고, 마을 전체가 사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황소자리 제공
인상적인 대목은 마을 주민을 지역 재생의 중심에 두려는 저자의 태도다. 저자는 컨설팅을 시작할 때 주민들에게 "지역이 어떻게 되면 좋겠습니까? 여러분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먼저 묻는다. 주민들의 꿈과 소망을 공유하고 목표지점을 함께 설정해야 지속 가능한 지역 재생이 가능하다고 믿어서였다. 저자는 "지역 사람들과 함께 사업을 만들어내고 힘을 모아 현실로 일궈내는 기쁨은 삶의 궁극적인 보람"이라고 강조한다. 고령화와 인재유출 등 지역 소멸화라는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우리에게도 귀중한 인사이트를 준다.

700명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시마다 슌페이 지음·김범수 옮김·황소자리 발행·258쪽·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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