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의대 설계한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인터뷰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이르면 2년 뒤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을 모집한다. KAIST가 구상 중인 신설 의대는 학부 없는 대학원(가칭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이하 과기의전원) 체제다. 이곳에선 환자를 보는 임상의사가 아니라 의사이면서 과학이나 공학 분야로 진출할 박사급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첫 입학생은 이공계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시험과 면접을 거쳐 선발할 예정이다.
수년 전부터 의대 설립을 준비해 온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의과학연구센터 소장)을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났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임상의 대신 분자생물학 박사의 길을 선택한 그는 “의사면허를 갖고 과학이나 공학 전문 분야를 연구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후배들을 길러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학과장과의 일문일답.
2026년 입학, 8년 과정에 의사국시 응시도
-과기의전원은 어떤 형태이고, 뭘 배우나.
“KAIST 내 대학원으로, MD(의사)AI, MD피직스, MD바이오의 세 가지 트랙이 개설된다. 먼저 4년간 의학과 과학을 배운 뒤 세부 전공을 선택해 4년간 박사과정을 밟는다. 진료 전문 의사를 배출하는 기존 의대와 달리 진료 이외에 과학·공학 전문 분야를 가진 의사를 양성하게 된다. 학생들이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하진 않지만, 의학 수업을 위해 교육병원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원자력병원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어떤 학생을 어떻게 뽑을 건가.
“이공계 대학 졸업생이 지원할 수 있다. 단 대학에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서류나 시험도 중요하지만, 의사과학자·의사공학자가 되려는 동기와 의지를 평가하는 데 더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 KAIST와 포스텍의 연구 중심 의대가 바로 이건가.
“그렇다. 교육부 인가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인증을 받기 위해 수년간 준비해 왔다. 졸업생이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하려면 인증이 필수라서다. 올해 교육부가 정원을 결정해 준다면 약 2년간 인증 절차를 거쳐 2025년 12월 학생을 모집해 2026년 3월 입학이 가능할 것이다. 포스텍도 의대 신설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안다.”
고등학생 선발 없고, 의사 겸 과학박사 양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KAIST가 의대 쏠림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의과학대학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임상 진료보다 과학, 공학 연구를 원하는 의대생들이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들에게 딱 맞는 새로운 교육 기회를 제도권 안에서 더 폭넓게 제공하려는 것이다. 고등학생을 선발하는 의대가 아니기에 대학입시와도 관련이 별로 없다.”
-의대 증원을 의식해서인지 반대하는 의사가 많다. 의사과학자가 되는 길은 지금도 있지 않나.
“과기의전원은 의대 정원 논의와 별개로 오래전부터 준비돼 왔다. KAIST와 서울대, 연세대 의과학대학원 졸업생을 합쳐도 실제 의사과학자로 활동하는 인력은 연간 약 30명 수준이다. 병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의대에선 연구를 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임상의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학위 과정도 의사가 아니라 자연과학대나 공대 졸업생으로 충원된다. 의료산업 시대를 대비하려면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미국 하버드대와 일리노이대처럼 우리도 더 체계적으로 매년 100명 정도의 의사과학자를 배출해야 한다. KAIST가 성공하면 국내 주요 의대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의사과학자, 의사공학자가 왜 필요한가.
“의사가 청진기 대신 첨단장비로 진료하는 시대인데, 엄청난 의료 데이터가 전문가 부족으로 버려진다. 교수 27명 규모의 현 의과학대학원이 만든 벤처기업이 6개나 된다. 의학과 과학, 공학을 접목하는 시도는 새로운 산업과 직업을 창출할 것이다. 환자 보는 임상의가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일을 의사과학자, 의사공학자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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