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 "용의자 6개 주서 체포"... 첫 공식 대응
3개월 넘게 여학생 5000여 명 독가스 공격받아
"반정부시위 여학생에 보복한 것" 분노여론 여전
3개월 이상 이란 전역에서 여학생을 노리며 자행된 '독가스 테러'의 용의자가 6일(현지시간) 붙잡혔다. 이란 정부가 테러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들불처럼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공식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공격 배후로 반(反)정부 세력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분노에 불을 지피고 있다.
사건 방치하다… "배후엔 반정부 세력" 석연찮은 주장
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내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학생 공격에 사용된 독성가스를 제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용의자 다수를 6개 주(州)에서 전날 밤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용서할 수 없는, 큰 범죄"라고 첫 공개 발언을 내놓은 지 만 하루도 안 되는 시점에 나온 발표다.
다만 이 정도로 사건의 파문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전체 31개 주 가운데 25개 주의 학교 230여 곳에서 여학생 5,000여 명이 독극물 공격을 받는 동안, 이란 당국이 취한 조치는 거의 없다. 영국 가디언은 이에 대해 "분노와 함께 정부의 행동을 요구하는 물결에 방아쇠를 당겼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정부 비판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무부 성명은 구체적 근거 없이 '용의자 일부가 반정부 세력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용의자 3명이 최근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용의자에 대해선 "자녀에게 독극물을 학교에 들려 보낸 후 중독된 학생들을 촬영해 해외 방송국에 보냈다"며 '자작극' 의혹도 제기했다. 히잡 강제 착용에 저항하며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온 여학생들을 '같은 편'인 반정부 세력이 공격했다는 얘기다. 정황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정부 시위 참여했던 여학생에 대한 복수 아니냐"
오히려 현지 여론은 여전히 이란 당국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우리는 아동 살인 정권을 원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시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인권 저널리스트 디파 파렌트는 이번 테러에 대해 "그 누구도 최근 반정부 시위 와중에 일어난 게 우연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시위에 참여한) 여학생들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복수"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란 당국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했듯, 이번에도 정부 비판 목소리를 무력으로 억누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지난 6일 최소 8개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한 교사는 "마슈하드, 사케즈 등 도시에선 경찰이 시위대에 후추 스프레이와 물대포 등을 쐈다"고 WP에 말했다.
언론 보도도 틀어막고 있다. 알리 살레히 테헤란 검사는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통신에 "(이번 테러와 관련해) '비현실적 주장과 거짓 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언론인을 여러 명 기소했다"고 밝혔다.
위기관리 회사 '레인네트워크'는 "테러가 계속되면 실제로 공격 배후에 정부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정부를 붕괴시킬 수 있는 불만의 또 다른 방아쇠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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