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추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법'... 독일 '반대'
시위대 "기후위기 가중" 정부건물에 페인트 난사
독일의 강성 환경단체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를 촉구하며 독일 교통부 청사 건물에 페인트를 난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럽의 기후위기 대응 관련 시위가 갈수록 특이하고 과격한 양상을 띠고 있긴 하지만, 정부 건물에 페인트까지 뿌리는 건 이례적이다.
시위대는 "독일 정부가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자'는 유럽연합(EU) 계획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자동차 강국' 독일이 내연기관 자동차 문제로 안팎에서 몸살을 앓는 모습이다.
EU 계획 막아선 독일… 시위대 "기후보호 왜 막냐"
독일의 기후보호 단체 '마지막세대'가 주도한 이번 시위는 7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의 연방교통부 청사 앞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교통부 앞에 소방차를 댄 시위대는 곧이어 소방차에 달린 호스를 이용, 건물에 페인트를 뿌리기 시작했다. 원래 베이지색이었던 건물은 금세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경찰은 재물손괴죄를 적용, 시위대에 대한 사법처리에 나설 계획이다.
마지막세대는 시위 개최 이유에 대해 "폴커 비싱 교통부 장관이 독일의 기후보호법을 어기고 유럽 전체의 기후보호를 막고 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후보호 조치를 거부하는 건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논란의 핵심은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EU와 독일의 엇갈린 입장에 있다. 당초 EU는 이달 초나 중순쯤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법안 투표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EU 순환의장국인 스웨덴이 3일 돌연 "투표가 연기됐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이사회가 지난해 10월 마련한 법안을 시행하려면 각국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제동이 걸린 탓이다.
투표를 막은 건 독일·이탈리아 등이었다. 독일 정부는 '환경친화적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어 예외적으로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싱 장관은 '예외 조항이 없다면 3차 협상 결과 승인 표결에 불참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자동차 생산 강국인 독일의 입장을 EU가 대놓고 무시하긴 힘들다. 이탈리아와 폴란드, 불가리아 등도 법안 시행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결 정족수 미달로 법안이 좌초될 가능성도 있었다는 얘기다.
점점 과격해지는 기후 시위... 일각선 우려도
물론 마지막세대의 과격 시위가 처음은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고속도로에 속도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단체 소속 회원들은 평소에도 도로 위에 자신의 신체 일부를 본드로 붙여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시위를 해 왔다. 독일 일부 고속도로엔 속도 제한이 없다. 이날 페인트 난사에 활용된 소방차도 마지막세대가 "의용소방대 소속 차량이 부족하다"는 거짓말로 대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유럽에선 미술관의 유명 작품에 수프나 물감 등을 뿌리는 시위가 빈번해지고 있다. 점점 극렬해지는 시위 방식을 두고, '기후위기 대응'을 주장하는 쪽에서조차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세계야생생물기금 독일지부는 '일반 대중이 환경보호는 극단주의의 관심사라고 여기도록 만들 소지가 크다'는 취지의 우려 의견을 표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