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박물관, 파르테논 유물 3점 '기증'
그리스 "다른 나라도 따르라" 영국 압박

파르테논 신전 조각품 일부인 소년 조각상이 2008년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전시돼 있을 때의 모습. 아테네=AP 연합뉴스
그리스가 바티칸으로부터 파르테논 신전 조각품 3점을 돌려받는다. 오스만제국의 점령기였던 19세기에 그리스 바깥으로 반출된 작품들이다. 그리스는 이번 반환 조치가 약탈 문화재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영국에 '압박'으로 작용하길 바라고 있다.
바티칸 "교회 뜻 따라 기증"... 이달 말 그리스로
7일(현지시간) 바티칸박물관은 그리스에 조각상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기원전 5세기쯤 제작된 작품들로, △파르테논 신전 외벽을 장식했던 말 머리 △아테네 건국 기념 행렬에 참여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소년 △수염이 난 남성 머리 등 3점이다. 바티칸은 이 유물들을 1816년부터 소장했다.
반환 결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이들 유물을 그리스 정교회 베아티투데 예로니모스 2세에게 주기로 했다. 다만 '약탈 문화재를 반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회의 정신으로 기증한다'는 취지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실된 교회의 길을 따르려는 진지한 열망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조각품들은 이달 말 그리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2일 바티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그리스, 영국 압박... '엘긴 마블스' 반환 영향 줄까
이날 바티칸박물관에선 기증 서명식이 열리기도 했다. 행사에 예로니모스 2세 대신 참석한 그리스 측 에마누일 파파미크룰리스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사적 결정'을 했다. 그리스에 자부심과 행복감을 주기를 바란다"고 감사를 표했다.
'뼈 있는 말'도 한마디 남겼다. 파파미크룰리스 신부는 "이번 결정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도 교황청이 보인 모범을 따르기를 바란다"고 했다. 영국을 겨냥한 일침이었다.
파르테논 신전 유물은 19세기 초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외교관 '엘긴 백작' 토머스 브루스가 반출해 영국 정부에 팔았다. 현재 영국 대영박물관이 대부분의 작품을 '엘긴 마블스'라는 이름으로 소장 중이다. 그리스 본토에 남아 있는 것만큼 많다.
그리스는 '약탈 문화재'라며 줄곧 반환을 요청했으나, 영국과 대영박물관은 '합법적으로 획득한 것'이라며 거부해 왔다. 영국 측은 '1963년 만들어진 대영박물관법 조항에 따라, 소장품 양도·반환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지난 1월 "법 개정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리스는 자국에 있는 유물 중 가치가 큰 것을 엄선해 영국에 장기 대여하는 조건으로 엘긴 마블스를 반환받는 등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간 협상에서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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