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도중 2단 로켓 점화 안 돼... 원인 조사 중
일본 정부 우주산업 계획도 재검토 불가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미쓰비시중공업이 10년간 2,060억 엔(약 2조 원)을 투입해 의욕적으로 개발한 신형 대형 로켓 H3 1호기의 발사가 결국 실패했다. 세계적으로 위성 발사 수요가 크게 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우주산업에 새 로켓을 적극 활용하려던 일본 정부의 계획도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JAXA는 7일 오전 10시 37분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H3 로켓 1호기를 발사했다. 로켓은 흰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날아올랐으나, 상승 도중 2단 로켓의 엔진이 점화되지 않았다. JAXA는 임무를 완수하기 어렵다고 판단, 10시 52분 기체를 파괴하라는 명령을 송신했다. 잔해는 필리핀 동쪽 해상에 낙하했다.
문부과학장관·JAXA 이사장, 사과 표명... 원인 조사 중
나가오카 게이코 일본 문부과학장관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마카와 히로시 JAXA 이사장도 기자회견에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부과학성과 JAXA는 발사 실패 원인 조사를 위한 대책 본부를 설립했다.
전문가들은 새로 개발한 주엔진 ‘LE-9’이 문제없이 연소된 반면, 기존의 주력 대형 로켓인 H2A에서 여러 차례 사용된 기술로 만들어진 2단 로켓에서 문제가 발생한 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산케이신문은 모든 부품을 일일이 만들던 예전과 달리, 비용 절감을 위해 민간 기성품을 활용하고 생산기간도 단축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우주산업 계획도 차질 불가피... "절호의 기회 놓쳐"
H2A 대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H3의 발사 실패로 일본 정부의 우주산업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10월엔 소형 주력 로켓인 ‘입실론 6호’의 발사도 실패한 바 있다. 일본이 주력 로켓 발사에 실패한 건 2003년 11월 H2A 로켓 6호기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약 5개월 만에 또다시 좌절을 겪은 셈이다.
일본의 원로 우주공학자인 마토가와 야스노리 JAXA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의 우주기본 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인내의 시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지금까지 쓰던 H2A 로켓이나 엡실론 로켓을 계속 사용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며 “세계 상업 우주시장의 상황을 보면 아주 좋은 시기인데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 뼈아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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