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중국에 투자하지마"... 미국이 AI·양자 기술을 콕 집은 이유

알림

"중국에 투자하지마"... 미국이 AI·양자 기술을 콕 집은 이유

입력
2023.03.08 04:30
14면
0 0

미 정부, 두 분야 대중 민간투자 제한 검토
중국의 AI·양자 기술 수준은 미국과 대등
중국 원천기술 많아 제재 효력 장담 못해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반도체 쪽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미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미국이 AI와 양자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굴기'를 막기 위해 자국과 동맹국 등의 대중 민간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월스트리트저널 3일 보도)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왜 하필 AI와 양자기술이 미중갈등의 새 전장으로 떠오르는 것일까. 과학계 일각에서는 양자와 AI 기술이 완성되는 순간, 경제·산업 및 군사·안보 영역에서 중국이 미국에 대한 열세를 한 번에 뒤집는 '헤게모니 변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두 영역 모두에서 중국에 대한 향후 기술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본 미국이 선제적으로 강력한 견제에 들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양자·AI, 21세기 게임체인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뉴욕 포킵시에 있는 IBM 공장을 방문해 양자컴퓨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뉴욕 포킵시에 있는 IBM 공장을 방문해 양자컴퓨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우선 양자컴퓨터. 이론상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 대비 수억 배 이상의 성능을 지녔다. 일반 컴퓨터로는 해독에 300조 년이 걸리는 공개키 암호시스템(RSA)을 수십 초 만에 해킹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런 해킹을 막아내는 일에도 양자통신기술이 필요하다. 양자정보과학은 모든 방패를 뚫으면서 동시에 모든 창을 막아내는 모(矛)와 순(盾)의 궁극적 기술이 되는 것이다.

AI도 양자정보과학 이상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챗GPT의 성공으로 시나 소설 따위를 써주는 기술로 더 친숙하지만, 그건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그렇다. 과학자들의 최종 목표는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지는 범용인공지능(AGI)과 초인공지능(ASI)을 내놓는 것이다. 초인적 지능과 직관으로 항상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AI가 개발된다면, 당연히 군사 분야에 우선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중국 연구진은 "AI에 극초음속 전투기 조종을 맡긴 결과 미국의 스텔스기인 F-35를 8초 만에 격추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 제쳤다" 평가도

2018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개발자 대회에서 안면 인식 프로그램이 시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개발자 대회에서 안면 인식 프로그램이 시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렇게 미래 헤게모니를 좌우할 핵심 기술에서 중국은 어느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것일까. 중국은 2012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기술굴기'라 불리는 강력한 과학기술 지원 정책을 펼쳐왔고, 그 결과 AI와 양자기술 분야에서 미국 수준에 매우 가까이 접근했다. "중국이 이미 역전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중국은 논문 발표나 특허 출원에서 미국을 앞선다. 스탠퍼드대의 'AI 인덱스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AI 논문 인용률은 27.84%(2021년 기준)로 미국(17.45%)이나 유럽(21.13%)을 압도한다. 특허출원도 전 세계의 절반 이상(51.69%)을 중국이 차지한다. 챗GPT와 같은 범용AI 분야에선 미국의 우세가 공고하지만, 얼굴 인식이나 자율주행 쪽에선 격차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중국이 앞선다는 평가다.


주요 국의 AI 특허 출원 건수. 미국 스탠퍼드대 제공

주요 국의 AI 특허 출원 건수. 미국 스탠퍼드대 제공


인재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다. 인공신경망학회(NeurIPS)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 인력 가운데 중국 출신 연구자(학사학위 대학 기준)는 29%로 미국(20%)을 크게 앞서고 있다. 세계적인 AI 석학 주쑹춘 교수가 미국을 떠나 중국 칭화대로 돌아가는 등 과학 인재들의 '귀국 러시'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양자정보과학도 상황이 비슷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2016~2021년 중국이 내놓은 양자컴퓨터 관련 논문은 7,030건으로 미국(5,230건)을 앞서 있다.

물론 IBM, 구글 등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양자컴퓨팅에선 미국이 앞서지만, 양자통신 분야에선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베이징과 상하이 간 2,000km 구간에 양자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한 데 이어, 2018년엔 세계 최초의 양자통신위성 '묵자'를 통해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사이 양자통신에 성공했다.

제재 효과는 '글쎄'

최근 미국이 대중 민간투자 제한 카드를 내놓은 것은 이렇게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의 추격을 떨쳐내기 위해서다. 다만 투자 제한이 현재 중국에 가해지는 반도체 제재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반도체 원천기술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 TSMC나 네덜란드 ASML 등 외국 기업의 대중 수출까지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AI 분야는 아직 개발 단계인 데다, 오히려 중국이 원천기술을 가진 경우도 많다.

두 분야와 관련한 중국 내 투자가 민간 기업이 아닌 정부에 의존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중국 정부의 AI 분야 투자는 225억 달러(2019년 기준)로 미국(20억 달러)의 10배가 넘는다. 양자정보과학의 경우 중국 정부가 지난해 투자한 금액은 150억 달러로 미국(12억 달러)의 12배, 전 세계(300억 달러) 투자액의 절반에 달한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장은 "반도체는 중국이 미국 중심 생산 체계에 의존하는 입장이었지만, AI는 미국과 격차가 굉장히 좁을 정도로 중국이 강하다"며 "이번 제재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술 냉전' 전선이 확대되는 만큼,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두 분야에서 한국이 겪는 고충이 커질 수 있다. 김재완 고등과학원(KIAS) 부원장은 "전략기술 분야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에도 우호국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서 중국을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양자정보 분야에서도 상대를 배제하는 논의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이런 움직임에 대비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