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시대 도래, 사적 복제 보상금 논의해야"
"서점 다변화 필요, 기업들의 오프라인 서점 진출 문턱 낮춰야"
“우리 출판계가 성장해야 한국의 문화적 토양 역시 풍부해진다고 믿습니다.”
지난달 열린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총회에서 회장에 선출되며 3연임에 성공한 윤철호(61) 사회평론 대표는 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출판계의 성장’이라는 말을 여러 번 사용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폭발적 성장,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의 도전 속에서도 지식을 압축해 전달하는 ‘책’의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신념의 표현이다. 윤 회장은 이날 “출판계의 성장을 위한 법적, 제도적 밑거름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회원사가 700여 개에 달하는 출협은 한국출판인회의와 함께 대표적인 국내 출판인 단체다. 윤 회장은 이번 당선으로 앞서 두 차례 임기를 포함해 총 9년간 출협을 이끌게 됐다. 그를 향한 출판계의 신뢰가 제법 두텁다는 뜻. 도서정가제법 무효화 저지, 서울 국제도서전 활성화, 구글인앱결제 규제법 통과 등이 그의 성과다. 윤 회장은 “때로 정부에 강하게 맞서면서 출판계 권익을 지키려 한 게 3선의 배경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콘텐츠 생산자인 출판계의 보호를 위해 행정력과 정치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윤 회장은 특히 출판사의 권익 보호에 관심이 크다. 거대 자본이 집중된 영화, 드라마, 음악 산업에 비해 출판계는 돈, 조직력, 정치력 모두 허약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글 저작권'을 향한 사회 인식도 취약하다. 개인들이 사적으로 책을 스캔하거나 사진으로 촬영해 공유하는 행위, 챗GPT가 책의 내용을 토대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 모두 출판사의 이익을 훼손하지만, 관행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에 유럽에서 시행 중인 ‘사적 복제 보상금’ 제도를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윤 회장의 생각이다. 이는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 AI개발사 측이 일정 보상금을 저작권 단체 측에 지불하는 제도로 2000년대 중반 도입하려 했으나 스마트폰 제조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윤 회장은 “한국 그림책 육성을 위해 내년 ‘부산 국제 아동도서전’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해 이수지 작가가 ‘아동 문학계 노벨상’인 안데르센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한국 그림책의 세계화를 지원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책과 소비자가 만나는 접점을 넓히기 위해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의 (오프라인) 서점 진출을 가로막는 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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