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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선택권 확대는 말장난"...노동계·야당 반발에 입법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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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선택권 확대는 말장난"...노동계·야당 반발에 입법 '산 넘어 산'

입력
2023.03.06 18:11
수정
2023.03.06 18: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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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근무시간 등 각 업체의 고용 조건들을 살피는 모습이 일자리 정보 게시판에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근무시간 등 각 업체의 고용 조건들을 살피는 모습이 일자리 정보 게시판에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6일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겠다"며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놨지만 정작 노동계 반응은 냉담하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어려워졌던 '몰아서 일하기'가 다시 가능해지면서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노동계 "시대착오적 장시간 노동 조장법"

한국노총은 이날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발표 직후 논평을 내고 "시대착오적 초장시간 압축노동 조장법"이라 비판했다. 정부가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도입하는 대신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방안으로 내걸었던 '11시간 연속휴식'이 의무화되지 않으면서 노동권이 침해받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1주 12시간'으로 고정돼 있던 연장근로시간을 당겨 쓰거나 미뤄 쓰는 게 가능해진다.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하면 ①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지키면서 1주 최대 69시간 근무(하루 최대 14시간 근무) ②11시간 연속휴식 없이 1주 최대 64시간 근무(하루 최대 21시간 30분 근무)가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5년간 전체 사업체 상용근로자의 주 평균 근로시간은 40시간을 넘지 않았고,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며 "최대 주 64~69시간 근로가 일반화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월 단위 관리 상황 예시


법정+연장 근로시간 1주 총 근로시간
첫째 주 40시간+29시간 69시간
둘째 주 40시간+23시간 63시간
셋째 주 40시간+0시간 40시간
넷째 주 40시간+0시간 40시간


그러나 한국노총은 "정부안대로 연 단위 연장근로시간 총량관리를 하면 4개월 연속 1주 64시간 노동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며 "주 64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극소수 노동자에게만 극단적 노동시간이 적용되더라도 합법적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다"라며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그 후 휴식과 안정을 취한다고 해서 절대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강하게 반발했다. 논평을 통해 "이번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5일 연속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일을 시켜도 합법이 되는 것"이라며 "만성적 저임금 구조에서 노동자들은 건강에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장근무와 잔업을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근로자 선택권 확대'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입법 과정 순탄치 않을 듯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개편안 중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근로자 대표제 정비 △휴게시간 선택권 강화 △선택근로제 확대 등은 모두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실행 가능하다. 고용부는 다음 달 17일까지 40일간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6~7월 중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노동계의 반발과 야당의 반대로 입법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장시간 노동을 위한 법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정부 개편안은) 과로사 조장 정책이라 할 만큼 건강권, 노동권에 치명적인 노동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측은 "아직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정한 것은 없다"고 했지만, 노동계 반발이 상당한 만큼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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