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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넘어 '공존'하는 삶

입력
2023.03.06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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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게시된 정순신 변호사 비판 대자보. 연합뉴스

서울대에 게시된 정순신 변호사 비판 대자보. 연합뉴스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경찰 고위공직 임명이 하루 만에 철회된 전직 검사가 학부모로서 학교의 강제 전학 처분에 불복해 벌였던 소송전과 그 대응 방식을 보게 되면, 자식을 두고 있는 부모들은 다들 마음이 불편하고 무겁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행위에는 고위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양식, 그리고 도덕적 양심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내 자식만 귀하고, 남의 자식은 귀하지 않나?"라는 물음과 함께,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란 근본적 질문을 다시금 던지게 된다.

부모로서 그의 의식 속에는 내 자식이 명문대에 입학해서, 기득권의 카르텔이 형성된 이른바 힘을 쓸 수 있고, 빽(?) 있는 사회조직에 진입하는 것만이 문제가 되지, 내 자식의 잘못된 언행이나 그로 인하여 피해를 보고 있는 동료 학생과 그 가족의 삶과 고통에 대해서는 돌아볼 마음의 여지나 자세는 애당초 찾아보기 어렵다. 나만의 영광과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경쟁하고 있는 주위의 사람들을 짓밟고 올라서야만 한다는 '승자독식(勝者獨食)' 논리와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극단적 이기심(利己心)이 작동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것 같다. 공적으로 사용돼야 할 주어진 권한과 권력을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책임성'과 '도덕성'이 결여(缺如)된 사람의 삶을 과연 성공적으로 잘 산 삶이라고 평가 내릴 수 있을까?

'인간다움'이란 것은 자신만의 '생존'을 넘어서,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더불어 사는 삶을 실현하는 '공존' 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공자도 "사람 된 도리에 뜻을 둔 선비와 인덕(仁德)을 갖춘 사람은 (절대로) 자기만 잘 살자고 사람다움의 도리인 '인(仁)'을 해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희생을 통하여 사람다움의 가치인 '인(仁)'을 실현하는 일은 (늘) 있다(지사인인(志士仁人), 무구생이해인(無求生以害仁), 유살신이성인(有殺身以成仁))"고 말한다. 남과 더불어 사는 공존의식이 발동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절제와 양보, 그리고 조화를 실현할 '깨어 있는 의식'이 요구된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한, 위태하고 불안한 현재의 삶을 극복하고, 작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이상적 방향으로 전환할 '깨어 있는 의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변화'는 '깨어 있는 의식'을 바탕으로 시민이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불합리한 사회와 부조리한 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현실이 아무리 엄혹하고 참담할지라도, 자기 존재의 의미와 지금보다 나은 삶의 방향성을 묻는 '질문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제나 인간은 새로운 방향으로의 삶의 전환을 가져왔다.

살면서 크고 작은 유혹에 흔들리고 있는 우리에게 공자는 "사람 사는 도리는 정직함이다. 만약 정직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것은 요행히 (화를) 면한 것일 뿐이다.(인지생야직(人之生也直), 망지생야행이면(罔之生也 幸而免))"란 권고를 던지고 있다. 필자의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베풀지 말아라(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라는 공자의 말씀을 급훈으로 정하셨던 이유를 이 나이가 되어서야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듯하다.


박승현 조선대 재난인문학연구사업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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