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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소 없는 찐빵', 중대재해처벌법

입력
2023.03.07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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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산업 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며 근로자 안전이 화두가 되었다. 작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은 일명 '김용균법'보다 처벌 수위를 높인 법안으로 원청과 별도로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에게도 법률상 책임을 묻는다. 일례로 중대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부상자가 다수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중대재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만, 이 법은 마치 '팥소 없는 찐빵' 같다.

중대재해는 예방이 중요한가, 아니면 처벌이 중요한가? 중대재해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기 쉽지 않으므로, 당연히 전자가 중요하다. 그러나 현행 중처법은 사망자가 발생하면 하한형이 주어지는 등 사후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통상적으로 하한형은 고의범에게 부과하고, 과실범에게는 상한형을 규정한다. 예를 들어 형법상 살인죄는 하한형인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과실치사죄는 상한형인 2년 이하의 금고인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중처법은 불가항력적인 사고에도 고의범 수준의 처벌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사업주,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 의지를 북돋아 예방효과를 증대시키기보다 외려 경영 의지만 꺾을 여지가 크다.

현행 중처법은 법률의 기본적 원칙인 '책임주의'와 거리가 멀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이차적인 책임이 있는 사업주에게는 책임을 가중하지만, 정작 처벌이 필요한 일선 책임자의 처벌은 배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 코레일의 한 직원이 야간작업 중 열차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나희승 사장이 중처법으로 입건되었으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고의로 위반한 사실이 없다면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경영책임자와 사고 간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선 현장에서 안전·보건에 일차적인 책임을 지는 관리감독자를 처벌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것이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른, 그리고 실효성 있는 법이다.

작년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가 되레 늘어났다고 한다. 더구나 아직 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의 사망자는 줄었지만, 오히려 적용되는 사업장에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단편적 통계를 중처법의 역효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법이 중대재해에 대한 특효약인가에 대한 의문은 지울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존재에도 오랜 기간 무시되었던 근로자의 안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중처법의 입법 취지는 매우 타당하다. 다만 현행법이 책임자를 올바로 처벌하고, 근로자의 실제적인 안전권을 보장하는지는 의문이다. 중처법이 '팥소 가득한 찐빵'이 되려면 세심하게 법제도를 보완하여 실효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구한민 연세대 도시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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