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포스코퓨처엠으로 변경
한화그룹에서도 '업종 뺀 새 사명'이 대세
유통업계도 제품명 빼는 등 '경계 허물기'
#.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급성장 중인 포스코케미칼이 회사 이름을 '포스코퓨처엠'으로 바꾸기로 최근 결정했다. 2019년 음극재 생산기업 포스코켐텍과 양극재 생산기업 포스코ESM이 합병하면서 포스코케미칼로 간판을 바꾼 지 4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그룹 내 소재 사업이 이제 막 탄력 받기 시작한 터라 섣부른 결정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포스코케미칼은 하루라도 빨리 '미래소재 기업' 이미지를 갖추는 데 무게 중심을 둔 것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대기업들이 잇따라 간판을 바꿔달고 있다. 명함이나 사내 비품부터 수많은 간판과 상징물, 행정력까지 새로 필요해 비용이 상당히 드는 작업이지만 주주와 고객사,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미래 가치를 알리고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그룹 의지를 담아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크윈·종합화학→비전·임팩트
영상보안 솔루션과 방산장비를 주력사업으로 삼아 온 한화테크윈은 이달부터 '한화비전'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기존 사업 영역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비전 그룹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겠다는 생각에서다. '굴뚝 기업' 이미지가 뚜렷했던 한화종합화학을 한화임팩트로 개명하면서, 신사업 확장성을 활짝 열어 둔 시도와 같은 맥락이다.
올해 한화의 인수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새 이름으로 '한화조선해양'이 아닌 '한화오션'을 검토 중인 점 또한 이 같은 그룹 내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업계 선두주자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 말 'HD현대'로 다시 태어난 뒤 1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3에서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대전환을 뜻하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비전을 선포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고, 이어 도전자 격인 한화그룹도 해양산업에 경계를 두지 않겠다는 포괄적 의미의 이름을 택했다는 것이다.
'자동차' 빼는 자동차기업, '유업' 빼는 유제품업체
회사의 미래를 고려한 사명 변경 움직임은 자동차, 식품 등 산업계 전반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21년 기아자동차가 '자동차'를 뺀 '기아'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KG그룹에 인수된 쌍용자동차는 'KG모빌리티'로 사명 변경을 앞두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 사업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솔루션과 서비스 분야 역량을 키워 사업의 폭을 넓히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제품 생산·유통 업체들은 '위기 탈출' 의지를 새 이름에 담았다. 저출산과 고령화, 국민들의 식습관 변화에 따라 사업 구조에 변화를 주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2년 전 야쿠르트가 더 이상 회사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hy'로 사명을 바꾼 한국야쿠르트를 시작으로, 최근 매일유업 역시 분유와 우유 판매 이외의 사업까지 포괄하기 위해 사명에서 '유업'을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목적 불분명한 사명 변경은 경계해야"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도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롯데웰푸드'로 56년 만에 간판을 바꿀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 간식인 과자와 아이스크림 사업에서 간편식과 대체단백질 등 미래 먹거리 사업까지 포괄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주력 제품을 알릴 수 있었던 이름이 대세였다"며 "이제는 특정 상품이나 영역을 강조하다보면 사업 확장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아 교체가 줄을 잇는 것 같다"고 봤다.
업계에선 일단 보수적 이미지가 강한 대기업의 과감한 변화 의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단일 업종에서 탈피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이름 바꾸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사명 변경은 큰 공사"라며 "목적이 불분명한 변경은 회사에 손해를 가져오고 국내외 주주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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