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시 사무총장, 이란 방문 후 양측 공동성명
감시 카메라 재설치·과학기술 협력 내용 담겨
이란 "안전조치 차원 협력, 서방 간섭 배제"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그동안 핵협상의 쟁점이었던 ‘미신고 장소 핵물질’ 문제 해결에 협력할 것을 약속하며 이를 검증하기 위한 조사에 응한다.
이란은 “미신고 장소 3곳의 핵물질 검출에 대해 IAEA 측에 추가적인 정보와 접근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4일(현지시간) IAEA와의 공동성명에서 밝혔다. 이란은 IAEA의 검증 과정 중 필요한 사찰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이란 핵시설에 (카메라 등) 감시 장비를 재설치하고, 미신고 장소의 핵물질 문제도 조사를 진행하기로 이란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신고 지역 핵물질 문제는 IAEA와 이란 간은 물론,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에서 서방과 이란이 다퉜던 주요 쟁점이었다. 해당 지역은 과거 이스라엘이 이란의 비밀 핵 활동 장소로 지목했던 투르쿠자바드, 마리반, 바라민으로 알려졌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테헤란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 힌안 외무장관, 모하마드 에슬라미 원자력청 청장 등 핵 관련 고위직들을 연속으로 만났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이번 논의에 대해 "솔직하고 협력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은 IAEA의 조사에 협조하면서도 서방국가를 향해선 여전히 날을 세웠다. 에슬라미 청장은 이날 IAEA·이란 공동기자회견에서 “서방 당사국들이 핵합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가운데 이란만 의무를 지킬 것을 강요받는 점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세이프가드(안전조치)'의 틀 안에서 IAEA와 협력할 것이며, 이때 서방 국가의 정치적 방해와 간섭은 배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사무총장과 면담한 라이시 대통령도 ‘이란의 핵 활동은 평화적인 목적’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에슬라미 청장과 마찬가지로 “IAEA가 서방 강대국들의 정치적 목적에 좌우돼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IAEA는 협력의 자세를 거듭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신뢰할 만한 보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IAEA는 이란과 과학·기술 측면에서 협력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이 이란과 체결한 합의다. 합의는 이란이 농축 가능한 우라늄 농도의 최대치를 3.67%로 정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구하자 이란도 이듬해부터 우라늄 농도를 높였다.
지난 1월 IAEA는 "이란 포르도 지하 핵시설 조사 당시 농도 84% 우라늄 입자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핵무기 제조 수준에 버금가는 수치다. 그간 이란은 농도 60%까지 농축 수준을 높이면서도 “핵무기를 만들 계획은 없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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