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의 헤딩'식으로 다시 SM 지분 매입할지
SM 인수 뜻 접고 하이브와 사업 제휴 제안할지
SM 지분 5.3% 인수한 의문의 법인 정체도 변수
SM엔터테인먼트 설립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막아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카카오의 입장이 매우 불리해졌다. 카카오는 아예 처음부터 SM 지분을 매입해 다시 하이브와 경영권 분쟁에 돌입할지, SM 인수 계획을 포기할지 선택만 남았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김유성 수석부장판사)는 3일 오후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카카오엔터가 SM 지분 9.05%를 취득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으로부터 약 1조2,000억 원의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유치했기에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 자체는 충분하다. 하지만 SM 지분을 '맨땅에 헤딩'식으로 매입해야 하고, 그에 따라 하이브도 다시 공개 매수에 뛰어들 수 있는 만큼 SM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하이브와 경쟁해 결과적으로 SM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천문학적인 비용을 썼음에도 하이브가 2대 주주로 버젓이 남아 있어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새로 지분을 얻는다 하더라도 주주명부 폐쇄 이후이기 때문에 이달 말 주총에서는 의결권이 없다.
방시혁 의장과 김범수 창업자 만남, 제휴 가능성?
이에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SM 인수를 포기하고 다른 매물을 찾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K팝 산업에서 SM의 위치를 가진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카카오의 SM 지분 매입 가능성은 남아 있다.
카카오가 지분 매입과는 별개로 하이브와 SM을 두고 사업 협력을 논할 수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최근 해외에서 비공개 회동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실제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가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전제로 해당 사업적 제휴 내용이 SM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15일과 28일에 SM엔터의 지분을 매입한 특정 법인이 카카오의 우군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의문의 법인이 각각 SM 지분 2.8%와 2.73%를 매입한 것인데, 일부에선 카카오와 관련이 있는 법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카카오가 5.3%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로 다시 하이브와 '쩐의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앞서 의문의 기타 법인이 SM 주식을 대거 매집해 시세를 조종했다며 지난달 28일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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