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뜬 고가 니치향수
마스크 벗고 대면 모임 늘며 매출 증가 기대
독특한 향으로 개성 표현하려는 경향 강해져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니치향수 브랜드 '엉트르두' 팝업스토어(임시매장). 30대 여성 손님들이 15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향수를 자유롭게 시향해보고 있었다. 보통 향수 브랜드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듣고 온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는 망설임 없이 제품을 구매한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 향은 시나몬과 화이트머스크 향이 어우러진 '베르트 그레즈'. 위스키의 잔향까지 느껴지는 독특한 제품이다. 이연경 대표는 "요즘 고객들은 어디서 맡아본 듯한 대중적 향보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독창적 향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스몰 럭셔리' 니치향수, 연초부터 매출 ↑
경기 불황에도 프리미엄 향수인 니치향수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봄을 맞아 더 높은 가격에, 고급스러운 향을 내뿜으면서 '나를 위한 소비'에 투자하는 MZ세대를 유혹하는 중이다. 보통 경기 불황 때 소비자는 사치의 만족감을 즐기기 위해 비교적 저렴한 립스틱을 많이 구매하는데 올해는 그 수요가 니치향수로 옮겨 가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월 한 달 동안 니치향수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6% 증가했다. 특히 한 병에 최대 64만 원에 달하는 프랑스 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의 매출이 103%로 뛰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은 전체 향수 매출이 30%, 현대백화점은 21.6% 올랐다. 니치향수만 떼놓고 봐도 현대백화점 매출이 3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치향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서 2021년부터 립스틱 대신 매출이 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성장세가 더 가파를 것으로 기대된다. 백화점이 니치향수 전문관 규모를 키우고, 면세점과 패션업계도 입점 브랜드 수를 늘리면서 소비자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독특한 향 찾아…개성 표현하는 수단으로
니치향수는 보통 20~30만 원에서 높게는 100만 원대 제품까지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판매 중인 '크리드 로얄 익스클루시브 라인'은 250ml 용량이 152만 원에 달한다. 화장품 브랜드 겔랑, 톰포드는 각각 70만 원짜리 향수도 내놨다. 이 같은 제품들은 워낙 비싸 보통 잘 팔리는 상품군은 아니지만 주요 고객의 구매 금액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향만 즐기는 게 아니라 제품에 녹여낸 스토리나 콘셉트 등을 고려해 제품을 구입하는 트렌드도 두드러진다. 이 대표는 "남에게 향을 뽐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독특한 제품으로 나의 정서, 감정, 취향 등을 표현하면서 자기만족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별에 따라 제품 라인이 나뉘어졌던 과거와 달리 개성이 중시되면서 남녀 관계없이 뿌릴 수 있는 중성적 향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인 엉트르두 역시 기존에 없던 독특한 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브랜드로는 드물게 항수 조향과 생산을 프랑스에서 진행했다. 프레그런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레데릭 뷔르탱은 전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수석 연구원으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서 향수와 코스메틱 설계를 맡았다. 토마스 퐁텐 조향사는 프랑스 럭셔리 향수들과 유럽·미국의 다양한 브랜드에서 조향을 담당한 조향업계 권위자로 글로벌 향기 연구 기관 오스마테크의 회장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일단 니치향수를 써 본 고객은 그 가치를 알게 돼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다시 돌아가기 힘들다"며 "향수는 재구매율이 높은 품목이라 관련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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