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월평균 158.7시간...통계 이래 처음
공휴일 증가·코로나·정책 등 복합적 요인
연장근로 총량관리 여파 놓고 뒤숭숭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자 1인당 월평균 근로시간이 160시간 아래로 떨어졌다. 공휴일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및 단시간 노동자 증가, 근로시간 단축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래도 여전히 세계 최장 근로시간 국가 중 하나인 것은 변함이 없다. 근로시간을 더 줄여야 할 상황이라 최근 정부가 내놓은 '연장근로 총량관리 방침'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월평균 근로시간 150시간대 진입...상용직은 173.8시간
3일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시간은 1인당 연간 1,904시간, 월평균 158.7시간이다. 2021년(1,928시간·160.7시간)보다 연 24시간, 월 2시간 줄었다. 월평균 근로시간이 150시간대로 내려간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사업장의 월평균 근로시간이 5.9시간 감소한 166.5시간, 300인 이상은 5.3시간 줄어든 167시간이다. 종사자 지위로 보면 상용직(173.8시간)은 6.1시간, 임시 일용직(99.6시간)은 2.7시간 감소했다.
지난해 근로시간 단축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다. 우선 2021년보다 공휴일이 늘어 근로일수가 2일 준 데다 5~29인 사업체도 공휴일에 쉴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격리자가 늘었고, 일상회복에 따라 일용직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이 세계적인 흐름이자 주 52시간제처럼 정책적 지향점이 된 측면도 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이전부터 이어진 근로시간 단축과 재택·원격 근무로의 전환 흐름이 코로나19로 촉진됐다"며 "코로나나 제도만의 영향이라기보다 각 요소들이 복잡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줄일 근로시간 많은데...정부, 연장근로 '만지작'
근로시간이 줄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일을 가장 길게 하는 나라 중 하나다. 2021년 기준 연 근로시간이 1,915시간으로 멕시코(2,128시간)·코스타리카(2,073시간) 등 중남미 국가의 뒤를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길었다. 지난해(1,904시간) 기준으로도 6위 그리스(1,872시간)보다 한참 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연장근로 총량관리안의 여파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현행 1주 12시간인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노사 합의로 월, 분기, 반기, 연 중 선택하게 해 특정 주에 52시간보다 더 일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는 덜하게 한다는 게 골자다.
쟁점은 최장 근로시간이다. 정부는 건강보호조치로 △관리 기간에 따라 연장근로 시간 총량 감축 △4주간 평균 주 64시간 초과 금지(분기 이상)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이나 1주 평균 64시간 이하 근무 등을 검토 중이다. 만약 11시간 연속휴식을 적용하면 1주일(6일)에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고, 연속휴식 없이 1주 평균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주 64시간 이상 노동은 산업재해 근거로 인정되는 과로 기준이다. "정부가 과로를 방치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제도 개편을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권고안 토대를 마련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 69시간은 극단적 사례라 일반화되기 어렵고, 그렇다 해도 근로시간을 분배해야 해 특정 주를 제외하고는 일을 짧게 해야만 한다"면서 "바쁠 때 연장근로를 하고 그렇지 않을 때 쉬는 등 효율적으로 일하면 불필요하게 출근해 근로시간을 늘릴 기제가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단위 변경에 노사 합의가 필요해 사용자 뜻대로 바꿀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근로시간 줄일 수 있다" vs "늘어날 수밖에"
노동계 생각은 다르다. 주 52시간제로 근로시간을 줄여 왔는데, 합법적으로 70시간 가까이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장시간 노동이 부활한다는 것이다. 노조조직률이 14%에 불과해 노사가 동등하게 합의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정보기술(IT)이나 건설업 등 연장근로 수요가 집중되는 업종들은 주 52시간제 도입 이전에 포괄임금을 통한 공짜야근이나 장시간 노동이 지금보다 횡행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휴가도 눈치보며 가는 형국에 어떻게 출근해 짧게 일하고 퇴근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포괄임금 등을 이유로 근로시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우려하는 지점이다. 주 52시간을 지키며 일하는지조차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시장에 '장시간 근로가 가능하다'는 신호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이나 근로시간 기록관리가 제도 개편의 선제 과제라고 보고, 기획감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 점이 바뀌지 않았다고 연장근로 관리단위 개편 역시 어렵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책 시행 전 풍부한 현장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유빈 실장은 "권고안을 기업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경영할지는 사실상 미지수"라며 "업종별로 생산방식이 제각기인 만큼 (정부가 관련한) 여론을 수렴하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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