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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골재생 과대광고 맹신..."휠체어 빨리 탈 수도"

입력
2023.03.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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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골 재생되고 젊은 관절로 바꿔준다'는 고가의 건강식품
배상근 전문의 "손상된 연골은 재생 안 돼"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광고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이나 건강식품이 마치 의약품이나 치료제처럼 광고해 혼동을 주고 있다. 판단력이 흐린 노인들은 이러한 것들을 자칫 의약품으로 오인해 병원 치료를 소홀히하고 건강식품에 의존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김민규 기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광고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이나 건강식품이 마치 의약품이나 치료제처럼 광고해 혼동을 주고 있다. 판단력이 흐린 노인들은 이러한 것들을 자칫 의약품으로 오인해 병원 치료를 소홀히하고 건강식품에 의존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김민규 기자


대구 수성구 조춘자(61) 씨는 인공관절 수술을 앞두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퇴행성관절염 증상이 있던 그는 손상된 연골을 회복시켜준다는 관절 영양제를 꾸준히 복용했지만, 남들보다 일찍 인공관절 수술을 하게 됐다. 그는 "인공관절 수술비용 이상의 돈을 들여 관절에 좋다는 것을 다 먹었지만, 효과를 보기는커녕 급성 퇴행성 관절염 말기 진단을 받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배상근 정형외과 전문의는 "무릎 연골 손상으로 인한 퇴행성관절염의 경우 현대의학으로 절대 관절연골 재생이 안 되며, 연골 이식을 해도 섬유 연골로 변환되므로 관절연골을 재생시켜 준다는 건강기능식품 광고는 모두 허구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면서 "관절 통증이 있을 때 병원에서 연골 상태를 확인한 후 손상을 늦추는 보존적 치료를 통해 수술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이들은 2018년 24만3,875명에서 2019년 24만7,782명으로 증가하다 2020년 23만8,984명으로 대폭 줄어들었으나, 2021년 들어 24만8,909명으로 다시 급증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2020년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이들이 감소한 것과 함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급성장한 결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지면서 과대광고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질병 치료나 예방이 아닌 단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광고를 통해 마치 의약품이나 치료제처럼 광고해 혼동을 주고 있다.

관절 영양제는 10여 년 전 글루코사민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됐다. 글루코사민의 경우에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관절염과 통증 완화에 효과를 인정해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 다수의 나라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유통된다.

과대광고를 통해 판매되는 식품의 대부분은 연골 재생과 통증 감소, 관절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홍보를 한다. 판매사 측은 하나같이 혹독한 환경에서 자란 생소한 식물이나 동물의 추출물로 만들어 연골 재생성분이나 인자가 있다고 광고한다. 한술 더 떠 유명 대학 의료기관이나 특허 등을 내세워 해당 건강기능식품이 마치 관절염 치료제에 특허받은 것처럼 혼동을 주기도 한다. 내용만 보면 해당 제품을 한두 달만 복용하면 퇴행성관절염 증상이 호전되고 10대로 돌아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배 전문의는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상당수가 연골을 재생시켜 주거나 관절 통증을 없애준다는 고가의 건강기능식품이나 건강식품을 복용하고 있는데 이는 절대 치료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복용하는 환자 중 상당수가 '연골 손상이 회복되어서 통증을 줄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조남학 한의사도 "50년 넘게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특정 환경이나 가혹한 환경에서 자란 동식물을 복용해서 치료 효과를 본 경우는 없었다"면서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물개의 생식기인 '해구신'이 최고의 남성 강화제로 집 한 채 값으로 매매되기도 했고, 1990년대까지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이 탕약에 고양이를 넣어 복용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모두 '카더라'효과를 경험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퇴행성관절염의 대표적인 부위는 무릎관절이다. 이 질환은 관절 내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슬연골 손상으로 인해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소염진통제와 같은 약물치료와 운동요법, 주사 치료, 레이저 요법 등 비교적 보존적 요법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연골 손상의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완충 역할을 해주지 못할 만큼 연골이 손상돼 뼈와 뼈 사이가 부딪치는 관절염 말기에 도달하면, 손상된 연골 대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배 전문의는 "연골이 손상된 퇴행성관절염의 경우 수술 통증이 있는 부위에 내시경을 삽입, 염증을 제거하고 손상된 연골을 이식하는 관절 내시경과 휘어진 관절을 바르게 펴주는 절골술을 쓰고, 연골이 닳아 없어졌을 경우에는 인공관절을 넣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또 "말기에 적용하는 수술 외에도 다양한 보존적 치료법이 있으므로 의료진과 상의 없이 민간요법이나 근거 없는 소문에 기대어 자가 치료를 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배상근 정형외과 전문의가 퇴행성관절염 말기 환자의 무릎 X-ray 사진을 보여주며 연골이 손상되는 과정과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 백두병원 제공

배상근 정형외과 전문의가 퇴행성관절염 말기 환자의 무릎 X-ray 사진을 보여주며 연골이 손상되는 과정과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 백두병원 제공


오랫동안 건강한 관절 유지하려면

80세까지 관절 수술 없이 건강한 무릎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대개 관절이나 무릎이 쑤시거나 통증이 생기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거나 갑자기 쑤신 듯이 아플 경우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해야 한다. 통증은 인체의 다양한 기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뇌에서 보내는 신호다.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소염진통제나 파스 등으로 자가 처치를 하다가는 증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관절이 좋지 않으면 등산, 스쿼트는 피하는 것이 옳다. 등산에 이어 최근 스쿼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등산과 스쿼트의 경우 특정 근육과 유산소 운동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관절질환이 있는 이들에게는 독이 된다. 등산의 경우 체중이 실린 불특정한 하중이 관절을 자극, 연골이나 인대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산행보다는 수영이나 평지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스쿼트나 헬스의 경우 올바른 지식 없이 무리하게 운동하다가는 관절 질환을 악화시킨다. 관절질환이 있으면 운동을 할 때 반드시 의료인의 조언을 받은 후 시행해야 한다.

또 비만은 관절과 척추질환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손상된 관절이나 연골은 절대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는다. 관절과 연골은 최대한 손상이 가지 않도록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수술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관절에 무리가 가고 손상이 일찍 올 수 있다. 과체중일 경우 체중만 줄여도 통증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수술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수술하더라도 꾸준한 재활치료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근력 강화도 필요하다. 특히 관절 주위에 근육을 강화하면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이나 힘을 줄여준다.

금연도 필수다. 흡연이 만병의 근원인 것은 담배의 유독물질 중 하나인 니코틴이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니코틴이 인체에 흡수되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 장애를 유발한다. 혈액 안에는 인체의 다양한 영양분이 녹아 있는 만큼 장기간 혈액순환 장애가 이어질 경우 인체 각 기관의 영양부족으로 인한 노화가 생겨 결국 질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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