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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내주고 합병 승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상처뿐인 영광'일까 '남는 장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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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내주고 합병 승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상처뿐인 영광'일까 '남는 장사'일까

입력
2023.03.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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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7개 넘겨주고 英서 합병 승인
외항사 진입시 매출↓소비자 선택지는↑
최종 승인까지 필수 신고국 美·日·EU 심사 남아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대한항공 비행기가 서 있다. 뉴시스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대한항공 비행기가 서 있다. 뉴시스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1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국내 항공사 '빅2'의 합병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의 심사만 남겨두게 됐다.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해외 경쟁당국들의 전례를 볼 때, 남은 세 곳 역시 독점을 막기 위해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 등을 조건으로 내걸 공산이 크다. 업계에선 새로 출범할 항공사가 '상처뿐인 영광'을 거머쥐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CMA는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대한항공이 가진 인천~런던 노선 슬롯 중 최대 주 7개를 버진애틀랜틱에 주는 조건으로 '빅2'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필수 신고 국가 중 처음으로 합병을 승인한 중국 경쟁당국도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복되는 슬롯 9개를 내놓겠다고 하자 두 회사의 결합에 찬성했다. 남은 3개 필수 신고국도 같은 시정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슬롯 반납은 국내 양대 항공사가 결합하면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는 점을 고려해, 새로 진입하는 항공사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한 통상적인 조치다. 해외 경쟁당국뿐 아니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독점을 막기 위해 요구했던 일반적인 시정조치다. 공정위는 2021년 12월 국내 항공업계 메가딜을 승인하는 대신 슬롯 반납과 운수권(다른 나라 공항에서 운항할 수 있는 권리) 재배분을 제시했다.

슬롯과 운수권을 거듭 뺏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합병을 해도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신규 항공사가 합병 후 당장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선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탄생할 '메가 항공사'는 곧장 슬롯을 반납하는 것이 아니다. 양사 합병 이후 해당 노선에 진입하려는 새로운 항공사가 나타나면 그때 약속한 이·착륙 횟수를 넘겨주는 것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본 다른 항공사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새로 진입을 포기하거나 약속한 횟수보다 적게 비행기를 띄우면 그만큼만 내주면 된다.

만약 약속한 슬롯을 모두 뺏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떨까. 이 경우 합병한 '메가 항공사'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비행기를 띄우는 횟수가 줄어드는 만큼 매출이 감소할 수 있어서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내주면 매출을 포함한 영업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당초 회사가 합병을 고려했을 땐 '1+1=2'를 기대했겠지만, 운항 시간대를 일부 포기하면 결과는 2가 아닌 1.7~1.8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소비자의 선택지는 그만큼 늘어난다. 국내 대형항공사 두 곳이 합병해 메가 항공사가 되면 중복되는 노선이 줄어드는데 새로 취항하는 항공사가 생기면 경쟁을 통해 운임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승인으로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을 위한 최종 관문에 성큼 다가섰다"고 자평했다. 당초 추가 검토를 위해 23일까지 심사기한을 연장한 CMA가 빠르게 결정을 내린 점이 그 근거다. 남은 필수국 중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사 기간을 연장했고, 일본은 사전 협의 절차 단계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며 2단계 심사에 착수, 7월 5일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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