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 섭식장애 앓고 있는 일타 강사 역할 소화한 비결
전도연 향한 열렬한 팬심 고백
'일타스캔들'로 로코 장르까지 소화해낸 정경호가 진정한 흥행 배우로 거듭났다. 여기에는 그의 특별한 연기관이 수반됐다. 좋은 사람이 곧 좋은 연기를 선보인다는 굳고 선한 마음이다.
최근 정경호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tvN '일타스캔들'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그린다.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 이후 7년 만에 뭉친 유제원 감독과 양희승 작가가 의기투합했으며 시청률 14%를 기록했다.
작푸은 로맨스에 녹여진 유쾌한 웃음과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스토리가 관전 포인트다. 극중 정경호는 연봉도, 인기도 탑인 최고의 인기 스타 강사 최치열(정경호)로 분해 이 이야기를 이끌었다. 이날 정경호는 "따뜻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기억남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있었다. 끝까지 행복한 드라마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경호가 이번 작품을 고른 이유는 장르 때문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분 좋은 성과를 남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일타스캔들'은 로코드라마 장르에 대한 부진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이에 "저희도 스릴러가 있어서 따뜻한 드라마라고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너스레를 떤 정경호는 "'일타스캔들'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쉽게 이야기해서 뻔한 이야기지만 캐릭터들의 생동감을 표현하면서 다른 드라마들보다 조금 더 울림을 남겼다"고 밝혔다.
극중 최치열이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는 설정을 갖고 있었고 정경호가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정경호는 "8, 9년 가까이 까칠하고 예민한 캐릭터를 연속적으로 맡았다. 실제 성격은 예민하진 않다"면서 "특별히 바싹 마른 인물을 소화하기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역시도 계속 마른 몸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단다. "10년을 만난 최수영도 제게 '오빠는 왜 늘 바싹 몸을 갖고 있냐'면서 이유를 묻더라고요. 10년간 예민하고 까칠한 역할을 오랫동안 했지만 다 좋은 기회였어요. 스스로는 늘 해왔던 바운더리 안에서 발악하는 게 아닐까 고민이 있었습니다."
정경호는 극중 인물이 도시락을 먹으면서 변화하는 부분을 가장 중점으로 뒀다. 일타 강사에 대해 아예 몰랐던 정경호는 대치동 맘카페 등 사교육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부터 출발했다. 자문 선생을 지켜보면서 어떤 삶인지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조금씩 최지열을 만들어나갔다.
실제 철판을 구매한 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수학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만큼 접근성에 대한 고민이 짙었다. 자문 선생을 만나 수업을 보고 영상을 시청, 또 수학 공식을 통채로 외우고 칠판에 판서를 쓰는 스킬까지 길러야 했다. 그 과정을 두고 정경호는 "잘 나가는 선생님들의 영상을 찾아봤는데 가장 학생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이 다 달랐다. 따라해보려고 했는데 가장 정경호답게 생각할 수 있는 걸 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그렇다면 전도연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정경호는 다수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도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 질문에 정경호는 "누가 감히 전도연 선배님과 호흡이 안 좋겠냐. 어렸을 때부터 전도연 선배님의 연기를 늘 감명깊게 봤다. 왜 이렇게 난 전도연이 좋을지 고민할 정도"라고 회상했다.
정경호가 바라본 전도연은 수십 년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가진 배우란다. "그동안 연기하면서 변화에 초점을 많이 맞췄어요. 어떤 연기를 해야 할 지 생각이 들었을 때 도연 선배님과 연기를 하게 됐어요. 선배님을 보면서 역시나 변하지 않는 것을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배님 만의 30년간 갖고 있는 호흡, 웃음소리, 그동안 다져온 쌓아온 것들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선배님은 연기를 할 때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일타스캔들'을 두고 '영광된 순간'이라고 표현할 만큼 정경호는 감회에 젖었다. 그가 꼽은 로맨스 케미스트리의 비결은 '대본'이었다. 감독이 만들어준 놀이터에서 두 배우는 편안하게 연기했고 유쾌한 현장이 만들어졌다. 올해 41세인 정경호의 연기관은 사뭇 진지했다. "저는 어제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 했으니까요. 저는 지금이 제일 좋습니다. 그 순간이 쌓이다 보니까 어느덧 20년이 됐어요. 자신있게 제 인생작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입니다."
아버지인 정을영 PD에 대한 언급도 들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유명한 연출자였던 아버지는 정경호에게 특별한 연기관이 형성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좋은 사람이 곧 좋은 연기자가 된다는 고집이다. 이에 대해 정경호는 "데뷔 전부터 늘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연기자가 될 수 있는 건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겠다고. '슬기로운' 시리즈를 하면서 유별나게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선한 영향력에 대해 많이 느꼈다. 선한 영향력의 가치를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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