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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쟁에 우군은 없음을 일깨운 미 반도체 보조금

입력
2023.03.03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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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불이익 눈뜨고 방치해선 안 된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의 지원 조건을 예상보다 훨씬 까다롭게 제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중국 투자 10년간 금지 조건(가드레일 조항)에만 촉각을 세워온 정부와 기업들은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분위기다. 보조금을 받는 게 외려 손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독소조항은 한둘이 아니다. 일정 수준을 넘는 수익을 거두면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토해내도록 했고, 기술수준과 회계상황 등을 미 정부에 보고토록 했으며, 미 국방부에 실험과 생산시설의 접근권을 제공하는 기업을 우대한다고 했다.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의 기준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527억 달러(약 70조 원)의 보조금을 미끼로 기업들에 영업기밀을 모조리 내놓고 중국에서 생산을 사실상 철수하라고 압박하는 셈이다.

미국은 보조금 지급 목적을 “미국 경제와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단순히 중국 견제를 넘어 반도체 생산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발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어제 민주당 하원의원 연찬회에서 지난해 방한 당시 한국 기업인들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미국이 미국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는 것”이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정작 자국 자동차 기업 포드가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의 기술 제휴로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하는 것에는 눈을 감는 것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경제 전쟁에는 확실한 우군이 있을 수 없음을 이번 조치는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칩4 동맹'을 강조하지만 손을 내미는 것도, 등을 돌리는 것도 모두 자국 이익의 관점에서 철저히 계산된 결과다. 우리의 이익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정부는 IRA로 한국 기업들의 불이익을 눈 뜨고 지켜본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최대한의 외교력을 발휘해 부당하고 불합리한 조치의 보완책을 받아냄과 동시에,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국내 지원책 마련에도 소매를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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