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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서열 2위' 새 주석에 보반트엉… 사회주의 체제 공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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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서열 2위' 새 주석에 보반트엉… 사회주의 체제 공고화

입력
2023.03.02 20:30
수정
2023.03.03 21:5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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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통일 이후 최연소 지도자
전임자 '부패 스캔들' 사임 40일 만
지도부 서열 1위 서기장 측근으로

2일 베트남 하노이 국회에서 보반트엉(가운데) 신임 국가주석이 선서를 하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2일 베트남 하노이 국회에서 보반트엉(가운데) 신임 국가주석이 선서를 하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베트남 권력 서열 2위인 국가주석에 보반트엉(53) 공산당 상임서기가 선출됐다. 베트남 통일 이후 역대 가장 젊은 지도자로, 권력 서열 1위 응우옌푸쫑(78) 당 총비서(서기장)와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지도부가 모두 쫑 서기장 측근으로 채워지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베트남 국회는 특별회의를 열고 트엉 국가주석 임명안을 98.38%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전날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그를 새 주석으로 지명하고 국회 승인을 의결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트엉 신임 주석은 올해 1월 응우옌쑤언푹 전 주석이 부정부패 스캔들로 자리에서 물러난 지 40일 만에 빈자리를 채우게 됐다.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그는 “단호하게 부패와의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취임일성을 밝혔다.

1970년생인 트엉 신임 주석은 베트남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정치국 최연소 위원을 거쳐 당 중앙선전위원회 위원장 등 요직을 지냈다. 베트남 내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론가이자, 베트남 사회주의 혁명가 보반끼엣 전 총리의 손자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은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을 정점으로 2위 국가주석(외교·국방), 3위 총리(행정), 4위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나눠 갖는 집단지도체제다. 통상 ‘빅4’로 불리며, 사회주의 체제 유지에 무게를 둔 ‘보수파’와 친시장적인 ‘개혁파’가 어느 정도 균형 추를 이뤄 왔다. 쫑 서기장은 베트남 내 대표적인 보수파이자 사회주의 이론가이며, 팜민찐(63) 총리와 브엉딘후에(64) 국회의장도 그의 측근 그룹으로 분류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주의자로 알려졌던 푹 전 주석의 자리를 또다시 ‘쫑 서기장의 사람’이 채우게 되면서, 베트남 외교 정책 방향이 ‘현상 유지’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 개혁·개방 연구 전문가 이한우 서강대 교수는 “트엉 신임 주석은 당 쪽에서 경력을 쌓아온 만큼 상대적으로 현 체제 유지의 정당성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엉 신임 주석이 ‘친한파’로 분류되진 않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적지 않다. 공산당 서열 5위 상임서기 당시이던 지난해 8월,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방한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을 만나기도 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2019년 2월엔 중앙선전위원회 위원장 신분으로 중국 접경지역 랑선성 동당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영접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베트남 외교가 인사는 “베트남 서열 5위가 단독으로 한 해외 국가만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지난해 8월 한국만 찾은 건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서 양국 관계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젊은 ‘사회주의 기수’ 등장에 베트남 경제가 보수화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갑작스러운 국가주석 사임으로 불안정해졌던 정치 상황에 마침표가 찍히면서 시장도 예측가능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 더 힘을 얻고 있다. 이 교수는 “새 지도부로 재편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치·경제 운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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