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대학 재정 위기 해법
월평균 30만9,858원.
지난해 기준 사립대 학생 1인당 월평균 등록금 부담액이다. 2일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 연간 평균등록금은 723만6,300원이고, 사립대 1인당 장학금은 351만8,000원이다. 위 액수는 등록금에서 장학금을 뺀 뒤 12개월로 나눈 금액인데,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36만7,000원)보다 낮다.
이를 근거로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대학 재정 정상화의 선결과제로 꼽는다. 하지만 대학 재정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 수준의 등록금 인상으론 턱없이 부족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등록금 인상률, GDP와 연동해야… 정부 지원 최소 3조원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를 풀어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더라도 제약 조건이 많아 대학의 재정난 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학이 인공지능(AI) 대학원 교수를 뽑으러 미국에 갔는데, 연봉 수준에 대한 이견이 워낙 커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며 "실력 있는 교수를 데려오려면 물가상승률 정도의 등록금 인상만으론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최소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만큼은 올려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교수진과 설비를 갖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10년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 도입 이후 대학은 직전 3년 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 이상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받지 못한다.
결국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현재 대학 지원 예산보다 3조 원은 더 투입돼야 대학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학령인구 절벽까지 감안하면 대학 재정난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며 "지역 경제의 중추인 사립대가 무너지면 국가는 더 큰 비용을 들여 국립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초중고 예산 떼어 오는 데는 의견 엇갈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학 예산 지원 확대와 관련해 유·초·중·고 교육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수가 줄어드는 초중등 교육 예산 일부를 대학으로 돌리자는 취지다. 실제 정부가 올해 신설한 1조7,000억 원의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는 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국세분 교육세 1조5,000억 원이 투입됐다.
다만 초중등 교육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 지원 예산으로 돌려 쓰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송기창 교수는 "예산 투입은 우선순위의 문제인데, 유초중고 교육 예산보다 대학 지원이 더 절실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시도교육감을 설득해 대학 지원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열악한 교육재정의 근본 원인은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열악한 정부 재정규모"라며 "대학 재정 재원 확보를 위한 별도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만들어야지, 초중등 교육 예산에 손을 대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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