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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은 유행어가 아니라 해법이다

입력
2023.03.02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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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홍인기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홍인기 기자

국회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걸까. 민생에 더 집중하겠다는 말은 사라지고 시급한 법안들은 다뤄지지 않는데 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만 계속된다. 최근 국민 70% 이상이 선거 제도 개편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 다양성이 반영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29.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정책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23.4%), '대결 정치를 해소하기 위해서'(21.7%)라는 응답이 따랐다. 투표는 했지만 국민의 다양한 현실을 대변하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300명의 국회를 내 마음대로 채울 수 있다면, 어떤 사람들로 구성해야 할까? 이에 대한 선택지를 정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온다. 2024년 국회의원 선거 룰에 관한 이야기다. 국회의원 선거 룰은 딱 1년 전인 올해 4월 10일까지 정하는 게 원칙인데, 국회에선 지금 한 선거구에서 득표율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를 손보자는 논의가 뜨겁다.

소선거구제는 승자 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1등 아닌 후보를 선택한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두 후보가 51 대 49의 득표율로 당선되더라도 49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는 구조다. 사표 심리가 커지기 때문에 소신 투표 대신 차악을 막기 위한 투표를 하게 되고, 정치 신인이나 소수 정당이 기회를 잃는다. 이 제도를 어떻게 더 다양한 의견과 인물이 수용되는 방향으로 바꿀 건지가 선거 제도 개편의 핵심이다.

그래픽=송정근기자

그래픽=송정근기자

매일 숨이 찰 정도로 새로운 이슈가 등장한다. 과거 관점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문제도 많다. 예를 들면 출산율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정부가 15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투입한 예산이 380조 원인데 출산율은 더 낮아졌다.

고물가 시대에 친구들은 하루에 지출을 전혀 하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를 하면서 생활비를 아낀다. 199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내 또래 세대가 처한 현실을 해설하는 유튜브 영상에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이 밈처럼 달린다. 선거 제도가 의석 수를 확보하기 위한 셈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 문제 해결 역량을 높인 국회로 체질을 개선하는 문제여야 하는 이유다.

지금의 정치는 달라지는 현실에 대한 민감도가 낮다. 생계비의 위기, 기후위기와 젠더 등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요구가 뒷전으로 밀려난다. 평균 연령 55세의 한국 국회에서는 다양성이 유행어로 소비되고 만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더 다양한 세대의 관점으로 불평등을 정의할 수 있는 정치, 다양성이 언젠가 도달할 이상이 아니라 지금 당장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되는 정치다.

유권자는 선거 제도를 통해 더 다양한 국민의 삶이 이해되기를, 정책으로 해법을 보여 주는 정치를 하기를, 현실과 괴리된 채 대결하지 않는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국회가 어떤 안을 도출하든 핵심은 정치의 역할 그 자체를 회복하는 일이다. 지난 총선 때도 선거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거대 양당은 취지와 다르게 위성 정당을 만들며 국민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지금의 논의가 정당의 셈법에 따라 좌우되지 않으려면 유권자가 다양성을 가장 높은 가치로 주문하는 이유를 잘 따져야 한다.

최근 여러 분야에 있는 2030세대에게 정치와 나를 연결해 보라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치와 제철 음식, 정치와 미래 세대, 정치와 디자인 등 이질적인 키워드 사이에서 흥미로운 답변이 많았다. 한 요리 유튜버는 정치가 미래의 식탁에서 제철 음식을 지키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정치'가 모호한 수사로 그치지 않고 다양하고 선명한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을 국회에 더 많이 불러오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곽민해 뉴웨이즈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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