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프로젝트 예산 93% '성평등' 지향해야"
국제행사 패널 남녀 성비 따져 참석 여부 결정
군비 영역에서도 '민간인' 관점 더 고려하도록
독일 외무부가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 추진을 공식화했다. '양성 평등'이라는 가치에 기반해 외교를 펴겠다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여성 인권이 도외시되는 국가의 여성 인권까지 증진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여성'만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 모든 사회적 약자가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게 새 외교 정책의 취지다. 이를 위해 외무부는 '공격적으로' 예산을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80쪽 지침서... "외교가 젠더 불평등 해소해야"
디벨트 등 독일 언론들은 1일(현지시간) "안날레나 베어복 장관 체제의 독일 외무부가 마련한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 지침서'엔 이 정책의 정의, 이를 달성하기 위해 외교관들이 가져야 할 태도·자세, 예산 편성 방법 등이 두루 담겼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침서는 80쪽 정도의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부는 '세계적으로 만연한 젠더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선 다른 국가와 가장 가깝게 소통하는 외무부가 나서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 베어복 장관은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여성을 위한' 외교 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앞으로 독일 외교관은 다른 국가의 행사에 참석할 때 '패널 성비가 맞는가' 등을 고민해야 한다. 강대국인 독일이 이러한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상대국도 이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베어복 장관은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은 '추상적인 비전'이 아니다. '더 나은 행동'을 수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산에 '양성 평등' 적극 반영... "조직 개편도"
'구체적 변화'를 위한 예산 편성 방침도 정했다. 향후 사업 자금 85%는 '젠더에 민감하게' 지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외무부는 "인도주의적 지원은 여성과 남성이 필요로 하는 '위생용품'이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예를 들기도 했다.
또 다른 예산 8%는 기존 질서를 변형하는 방식으로 편성되어야 하는데, 여성 등 비주류의 참여를 확대하는 쪽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외무부는 설명했다. 독일 매체 머큐어는 "향후 50억 유로(약 6조9,700억 원)가 '젠더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비 등 안보 예산도 양성 평등 지향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게 외무부 판단이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남성이 대부분인 군인의 관점만 반영할 것이 아니라, 여성·어린이·노인 등 민간인의 관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새 정책의 효과적인 정착을 위해 외무부 조직도 개혁한다. 우선 올여름, 이 정책을 주도할 대사 직위를 신설할 계획이다. 고위직의 여성 비율도 확대한다. 지난해 기준 해외 독일 공관 226곳 중 여성 공관장 비율은 27%에 그쳐 있다. 사업을 더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 독일 경제협력개발부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독일이 새 외교 정책을 내놓은 데엔 국제 질서를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애초 페미니스트 외교 정책은 스웨덴이 2014년 처음으로 제시했지만, 지난해 들어선 새 정부가 이를 공식 폐기했다. 독일 최초 여성 외무부 장관인 베어복 장관은 차기 총리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새 외교 정책의 성패가 그의 정치적 미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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