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 고찰 소설 ‘오버스토리 서곡’으로 재탄생
토드 마코버 MIT대 미디어랩 교수 작곡
16일 예술의전당서 디도나토, 세종솔로이스츠 협연
"환경 문제는 과학·정책적 관점으로만 다루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논의를 넘어서야 합니다.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깊이 느끼게 하는 데에는 음악과 같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2019년 퓰리처상 픽션 부문 수상 소설 '오버스토리'를 음악으로 옮긴 현대음악 작곡가 토드 마코버(70)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말이다. MIT대 미디어랩의 '미래의 오페라' 그룹 책임자인 마코버 교수는 리처드 파워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약 30분 길이의 '오버스토리 서곡'을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체임버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와 메조 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54)의 협연으로 선보인다. 7일(현지시간) 뉴욕 링컨센터 세계 초연에 이은 아시아 초연 무대다.
파워스의 소설 '오버스토리'는 원시림을 구하기 위해 모여든 미국인 9명의 행태를 통해 아무런 생각 없이 자연에 해를 가하는 인류를 비판한다. ‘오버스토리’는 숲 상층부의 전체적인 생김새를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마코버 교수는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인간이 비인간 세계에서 무례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 무례함이 계속된다면 자연계는 파괴되고 인류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 출간 직후부터 오페라 '오버스토리' 작업에 착수했던 마코버 교수는 2020년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 총감독의 공동 프로젝트 제안에 오페라의 전체 서사를 압축한 '오버스토리 서곡'을 떠올렸다. 9명의 등장인물 중 식물학자 패트리샤 웨스터퍼드가 풀어내는 모노드라마 형식이다. 관객을 숲으로 인도할 웨스터퍼드 역은 디도나토가 맡았다.
마코버 교수는 1999년 휴스턴 그래드 오페라가 위촉한 오페라 '부활'의 작곡가와 프리마돈나로 인연을 맺은 디도나토와 이번 프로젝트로 24년 만에 재회했다. 마코버 교수는 "디도나토도 작품의 주제에 깊이 공감해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고 아이디어를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세 번의 미국 그래미상을 포함해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디도나토는 바로크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아리아로 채운 2019년 첫 내한 공연 ‘전쟁과 평화’로 한국 관객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코버 교수는 '오버스토리'의 전체 오페라 구성도 계속 추진한다. 환경 파괴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은 소설 '오버스토리'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리즈물로도 제작된다.
마코버 교수는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작곡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의료 목적의 음악 기술 개발에 관여하는 등 음악을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음악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존 케이지는 '음악은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를 대표해야 한다'고 했죠. 음악에는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하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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