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신청 기업에 재무, 사내 복지 등 여러 조건 달아
세금 아끼겠다는 명분 있지만, 외국 기업 차별 분석도
미국이 390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초과이익 환수 △사내 보육시설 건립 △근로자 교육 등 깐깐한 조건을 내걸었다. 지원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이지만, 복잡한 사전 조건을 잔뜩 달아 미국 기업에 보조금을 몰아주려는 게 진짜 속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반도체 첨단시설 투자가 금지된 데 이어 까다로운 조건들이 줄줄이 추가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원금 받은 기업 초과이익은 '환수'
27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 이상의 반도체 생산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5년간 자사주 매입계획 설명을 요구할 방침이다. 미국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조성한 보조금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등에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초과수익이 발생하면 미국 정부와 나누는 방안도 검토된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기업들이 보조금으로 주주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금을 신청하는 기업은 반도체 시설 직원을 위한 사내 어린이집 마련 등 보육 지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대학과 연계해 시노동자들에게 첨단기술 교육 등 재개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대학 학위가 없는 미국 노동자 수만 명에게 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기업에 지원금 안 주려는 '꼼수' 분석도
미국 정부가 보조금에 빡빡한 규제를 첨부하는 건 재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국내 반도체 산업 장기 육성에 필요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는 목적도 있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로선 보조금의 매력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외국 기업을 배제하려고 허들을 높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것으로 끝난 것도 아니다. 미국 정부는 28일부터 보조금 신청 접수를 받는데, 3월에 추가 규제가 예고돼 있다. 중국 투자 금지 조항 관련 세부 지침이 나오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핵심 광물·배터리 부품 규정 시행안도 발표된다. 한국 재계 관계자는 "규제 내용에 따라 외국 기업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보조금 지원 규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규제가 추가적으로 나온 뒤에야 종합적인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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