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받아 전세 사는 세입자
"9억 초과 집 사도 대출 회수 안 해"
부동산 투기 수단인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막기 위해 9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 보유자와 고소득자에게 금지했던 전세대출이 3년 만에 허용된다. 1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취지라지만, 시장에선 정부가 주택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 갭투자를 다시 허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소유주택 9억 넘어도 3월 2일부터 전세대출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8일 이런 내용의 전세대출 보증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앞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고, 집행기관인 HUG가 이날 시행 방안을 확정한 것이다.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보증기관에게 보증서를 받아야 한다. 현재 전세대출보증 업무는 공공기관인 HUG, 한국주택금융공사와 민간기관인 SGI서울보증 3곳이 담당하는데, 이번에 바뀐 지침은 3곳에서 똑같이 3월 2일부터 시행한다.
제도 개선안은 ①부부합산 소득 1억 원 초과 1주택자 ②시가 9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 1주택자에 대해서도 전세대출보증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지금은 1주택자라도 부부합산 소득 1억 원 이하이거나 보유주택 가격이 9억 원 아래일 때만 전세대출보증을 허용하는데, 이 범위를 고소득·고가 주택 보유자까지 넓힌 것이다.
고가 주택 갭투자 가능해졌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에서 고가 주택 기준을 공시가 9억 원에서 시가 9억 원으로 바꾸고, 시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한 경우엔 전세대출보증을 엄격히 금지했다. 전세대출을 받아 세입자로 살고 있는 이가 9억 원이 넘는 집을 사들여 1주택자가 된 경우엔 기존 전세대출을 거둬들였다. 당시 고가 주택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갭투자를 근절하기 위해 내놓은 규제였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로 살던 무주택자가 9억 원 초과 주택을 사더라도 전세대출금을 토해내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기존 전세대출이 있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지만,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하면 얼마든 부족 자금을 메울 수 있다.
정부는 매매시장 침체로 기존 집이 안 팔려 부득이 전세로 갈아타야 하는데 전세대출이 안 나와 곤란을 겪는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한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투기과열지구 3억 원 초과 아파트 1주택자에 대한 전세보증 제한 조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전셋값이 급등하는 장이 오면 다시 전세보증을 지렛대 삼은 갭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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