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 시인 이동순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 출간
3월 7일 대전 현충원에서 헌정 행사도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쓴 이동순 시인이 28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집필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한길사 제공
"나 홍범도, 고국 강토에 돌아왔네. 저 멀리 바람 찬 중앙아시아 빈 들에 잠든 지 78년 만일세. 내 고국 땅에 두 무릎 꿇고 구부려 흙냄새 맡아보네."
2021년 8월, 고국을 떠난 지 100년 만에 귀환한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1868∼1943)의 유해 안장식. 당시 대통령 추모사 인용시를 썼던 이동순(73) 시인이 이번엔 홍범도 장군의 전 생애를 다룬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펴냈다. 28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시인은 800여 쪽 분량의 두꺼운 책에 손을 얹으며 "책을 쓰다듬으니 가슴이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홍범도 장군은 1920년 일본군에 대항한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대첩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일제 억압으로 러시아 연해주로 넘어갔다가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의해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옮겨 갔다. 76세로 숨진 후 그곳 공동묘지에 묻혔다.

2021년 8월 15일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운구된 홍범도 장군 유해를 실은 특별 수송기가 서울공항에 도착, 홍범도 장군 유해가 제단으로 옮겨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인이 홍 장군에 매료된 건 42년 전인 1981년이다.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조부의 영향으로, 독립운동사 주제의 서사시 집필을 사명으로 여겼던 그는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홍범도란 인물에 끌렸다. "사령관이나 말단 부하나 똑같은 군복을 입게 했어요. 권위적이고 위엄을 보이려는 다른 지도자들과는 달랐습니다." 분단의 비극 탓에 정치색이 잘못 덧입혀진 인물을 되살리고 싶은 욕심도 났다.
2003년 민족서사시 '홍범도'(전 5부작 10권)를 썼지만 넓리 읽히진 못했다. 아쉬움이 크던 차에 안중근, 김운봉 등 독립운동가들의 평전 연재물(한길 역사 클래식)을 출판해 온 한길사의 제안을 반갑게 받았다. 유해 송환 당시 홍 장군을 '빨갱이'라 칭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소름 끼치고 손이 떨렸다"는 시인은 역사적 왜곡을 바로잡고 싶어 이번 평전 집필에 1년간 매달렸다. 더 많은 독자들에게 홍 장군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소설적 상상력을 십분 더해 흥미진진하게 쓰려 애썼다. 시인은 "박진감을 주는 전투 장면, 홍 장군이 죽음에 이르는 대목 등에서는 강렬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시적 서술 기법을 활용했다"면서 "시와 산문의 서술 방식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민족의 장군 홍범도·이동순 지음·한길사·840쪽·2만8,000원
책은 총 10부로 유년기부터 숨을 거둔 시점까지 시간순으로 구성했다. 국내 자료가 거의 없어, 홍 장군이 말년에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 구술 기록 '홍범도 실기', 부하 독립군 대원이 엮은 일대기 등 러시아 중국 북한 출처의 자료들을 미국 하버드대 도서관에서 구한 게 큰 도움이 됐다. 3월 7일에는 국립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에서 책 헌정 행사를 연다. 시인은 "앞으로 국내외 홍범도 장군 유적지 기행도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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