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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남자는 ‘오스카 체중 법칙’ 이어갈까… 남우주연상 유력 ‘더 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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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남자는 ‘오스카 체중 법칙’ 이어갈까… 남우주연상 유력 ‘더 웨일’

입력
2023.03.01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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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도비만 남자가 삶의 의미 찾는 과정 그려
브렌던 프레이저 SAG상 수상으로 오스카 근접

영화 '더 웨일'의 찰리는 상실감과 우울증을 폭식으로 극복하려다 초고도비만에 이른 인물이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더 웨일'의 찰리는 상실감과 우울증을 폭식으로 극복하려다 초고도비만에 이른 인물이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찰리(브렌던 프레이저)는 대학 강사다. 에세이 강의에 일가견이 있다. 그는 온라인으로만 학생들을 만난다. 카메라는 고장을 이유로 매번 꺼져 있다. 사실 다른 이유가 있다. 찰리는 지나치게 비대하다. 체중은 272㎏. 소파에서 일어나기 버거울 정도로 거동이 힘들다. 찰리는 남들에게 자신의 체형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초고도비만은 실패한 자신의 삶을 상징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더 심각한 문제가 찰리에게 있다. 비만 때문에 울혈성심부전에 시달린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다. 오래전부터 불화한 고등학생 딸 엘리(세이디 싱크)와 화해하고 싶다. 8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딸이 달가워할 리 없다. 그럼에도 그는 좋은 에세이 하나를 써내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며 딸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더 웨일’은 구원에 대한 영화다. 새로운 사랑을 위해 가족을 버렸던 찰리가 인생 마지막 5일 동안 힘겨운 과정을 거쳐 안식을 찾는 모습을 눈물겹게 전한다. 삶에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살덩이로만 실존을 실감하는 찰리의 사연은 남다른 감정을 만들어내기 충분하다.

영화의 외면은 단출하다. 장면 대부분이 찰리의 집 안(좀 더 엄밀하게는 거실)에서 펼쳐진다. 볼거리는 회한과 몸무게와 사투하는 찰리의 모습이다. 관객은 일어나기조차 힘든 찰리가 생의 끝자락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장면들에서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주로 대사가 긴장과 갈등을 빚어낸다. 극작가 새무얼 헌터의 동명 연극을 바탕으로 했다. ‘레슬러’(2008)와 ‘블랙 스완’(2010) 등의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2012년 연극을 보고 자기가 반드시 만들어야 할 영화로 여겼다고 한다. 관건은 찰리를 연기할 배우였다. 200㎏이 넘는 몸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용기가 있고,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나서야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고민은 해결됐다. 브렌던 프레이저가 찰리가 됐다.

찰리는 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는다. 딸과의 화해를 구원으로 여기나 그는 밖에 나갈 수 없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찰리는 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는다. 딸과의 화해를 구원으로 여기나 그는 밖에 나갈 수 없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프레이저는 찰리로 둔갑하기 위해 40일 동안 매일 특수 분장을 해야 했다. 매번 4시간이 걸리는 고역을 견뎌냈다. 덕분에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체형을 117분 동안 선보인다. 프레이저는 12일 오후(현지시간) 열릴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라가 있다. 그는 ‘이니셰린의 밴시’의 콜린 패럴과 함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 프레이저는 지난달 26일 열린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상을 받은 배우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지 못한 경우는 단 2차례다.

체중에 큰 변화를 준 배우가 상을 수상하곤 했던 ‘오스카 체중 법칙’ 역시 프레이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듯하다. 샬리즈 세런은 14㎏을 찌우고 출연한 ‘몬스터’(2003)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크리스천 베일은 14㎏을 감량하고 나온 ‘파이터’(2010)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윌 스미스는 후덕한 몸으로 연기한 ‘킹 리차드’(2021)로 지난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가져갔다.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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