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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논쟁을 마치고 에너지 절약에 나서야 한다

입력
2023.02.28 19: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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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되어있는 전력량계. 뉴시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되어있는 전력량계. 뉴시스


팬데믹과 러·우 전쟁으로 요동치는 에너지 가격
난방비 폭탄에도 한국 전기·가스료는 낮은 편
네 탓 공방 대신 정치권도 에너지 절약 이끌어야

매년 명절 연휴에는 가족들이 모여서 소리 높여 정치 논쟁을 벌이곤 했다. 하지만 지난 설 명절 연휴에는 높아진 난방비가 가장 큰 이슈였다. 언론에서는 난방비 폭탄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국민들의 부담 증가를 앞다퉈 보도하였다. 정치권에서는 전 정부의 잘못이냐 현 정부의 잘못이냐를 둘러싸고 논쟁도 벌어졌다.

에너지 비용 증가라는 현재의 고통을 비단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부족 국가라면 모두 겪고 있다. 그 원인은 우리 내부가 아니라 국제정세에 있다. 의사는 치료나 약 처방에 앞서 환자가 아픈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야 한다. 손등이 다쳤는데 발등에 연고를 바르는 우를 범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팬데믹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량을 크게 줄였고 이는 에너지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강조되면서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가 대폭 줄었다. 하지만 2021년 중반부터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가 제 역할을 못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2020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정전, 2021년 겨울 미국 텍사스의 대정전, 2021년 가을 영국의 정전은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면서 화석연료 시설을 대폭 줄인 데 그 원인이 있었다. 이에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 소비를 다시 늘렸다. 하지만 공급은 늘지 못했다.

결국 2021년 중반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서서히 오르는 1차 에너지 위기가 시작되었다. 작년 2월 발발한 러-우 전쟁은 1차 에너지 위기라는 불에 기름을 부으면서 2차 에너지 위기를 촉발했다. 재작년 초와 비교한 작년 9월 초의 에너지 가격을 살펴보면, 천연가스는 35배, 석탄은 8배, 석유는 5배 올랐다. 그야말로 쇼크 상황이었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세계 각국은 에너지 가격을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까지 올렸다. 이에 선진국들도 실내 난방 온도를 20도 이하로 낮추면서 내복과 스웨터를 껴입고 위기를 극복 중이다. 특히 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유럽은 에너지 가격의 대폭 인상 및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으로 도시가스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이번 겨울을 무사히 나고 있다.

난방비 폭탄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작년에 전기요금 약 20%, 지역난방 및 도시가스 요금 약 38%만 올리면서 선방했다. 이것은 국민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정부가 한국전력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의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생산원가보다 크게 낮은 요금을 매기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앞으로 최소한 3년은 더 지속될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 기업들이 이제야 투자를 시작하고 있기에, 아무리 빨라도 2026년은 되어야 에너지 공급이 늘어나고 가격이 안정화할 수 있다. 반면에 중국이 코로나 봉쇄를 풀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수요는 늘어나고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결국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당분간 해외에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사 올 수 있도록 최소한의 요금 인상을 지속해야 한다. 대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중산층 이상은 요금 인상을 감수하면서 난방 온도는 낮추고 냉방 온도는 올려야 한다. 그래야 몇 년을 버틸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 위기 상황임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요금 인상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탄소중립에 적극적인 유럽의 작년 석탄 사용량이 역사상 최대였음을 감안하여, 우리도 필요하다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정치권은 네 탓 공방을 멈추고 국민들과 함께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에 나서야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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