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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초 여성 하원의장, '마담 스피커' 베티 부스로이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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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초 여성 하원의장, '마담 스피커' 베티 부스로이드 사망

입력
2023.02.28 00:10
수정
2023.02.2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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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최초 여성 의장직 올라
'전통' 가발과 복식 거부하기도
"유머와 재치 기억할 것" 추모

2019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회원 자격에 관한 제2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집회에서 베티 부스로이드 전 하원의장이 연설하고 있다. 런던=AP

2019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회원 자격에 관한 제2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집회에서 베티 부스로이드 전 하원의장이 연설하고 있다. 런던=AP

영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 베티 부스로이드가 26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93세.

부스로이드 전 의장이 전날 영국 케임브리지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의회가 27일 밝혔다. AP통신은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말도 안 되는' 유머로 하원의 시끌벅적한 토론을 주재하던 부스로이드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늘 소란스러운 하원의 회의를 "정숙(오더·Order)"이라는 한 마디로 제압하던 '마담 스피커'에 대한 평가다. 부스로이드 전 의장은 생전 자신을 마담 스피커라는 별명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부스로이드 전 의장은 1992년 영국 하원 600년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이자 2차대전 후 첫 야당 하원의장이란 기록을 동시에 쓴 인물이다. 그는 하원의장 자리에 오르자 수백 년간 이어진 '전통'을 뒤집었다. 하원의장이 쓰는 흰 곱슬 가발을 거부하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바지 대신 치마를 입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매주 수요일 하원에서 열리는 '총리 현안 질의'(PMQ)를 마치며 외친 "시간이 다 됐어!(Time’s up!)"는 부스로이드 전 의장의 캐치프레이즈였다. 불쾌할 때는 하품을 일부러 참는 모습을 보이는 습관도 있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그는 이처럼 재치 있는 유머로 2000년까지 8년 동안 하원을 이끌다 사임을 발표했다.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로는 관례대로 상원의원 자격으로 정치를 계속했다.

동료 정치인뿐 아니라 영국 국민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어 영국이 대통령을 뽑는 공화제였다면 부스로이드 전 의장이 대통령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평가도 받았다.

영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 베티 부스로이드가 1998년 11월 4일 런던 국회의사당 문가에 서있다. 런던=AP

영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 베티 부스로이드가 1998년 11월 4일 런던 국회의사당 문가에 서있다. 런던=AP

평생 독신으로 지냈고, 자녀도 없이 정치에 헌신한 부스로이드 전 의장이나 정계 입문 전 이력은 독특하다. 영국 잉글랜드 북부 듀스베리에서 공장 노동자의 딸로 태어난 그는 10대 때 공연단의 무용수였다. 발을 다쳐 무용을 그만두고 정치 입문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영국 노동당에 가입한 그는 여러 국회의원의 보좌진으로 일했다. 이어 '5차례의 낙선'을 딛고 1973년 웨스트 브로미치 선거구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의 별세 소식에 영국 정계의 추모도 이어졌다. 린지 호일 현 영국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은 정말로 획기적인 일이었고, 부스로이드는 확실히 유리천장을 위풍당당하게 깨뜨렸다"고 했다. 이어 "날카롭고 재치 있으면서도 만만치 않던 그가 그리울 것"이라고 밝혔다. 리시 수낵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스로이드는 일생을 정치에 바친 놀라운 여성"이라며 "그가 정치에 가져온 열정과 재치, 공정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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