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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공급 어렵고, 러 패배는 더 싫고"... 중국의 우크라 전쟁 딜레마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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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공급 어렵고, 러 패배는 더 싫고"... 중국의 우크라 전쟁 딜레마 심화

입력
2023.02.27 19: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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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 대러 무기지원 검토 중" 의혹 제기에
중 "허위정보" 반박... 감시 눈길 탓 쉽지 않아
러 패전 땐 중 부담 커져... "무기지원 배제 못해"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신화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신화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딜레마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말라'는 미국의 거듭된 압박 탓에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반미(反美)전선'의 최대 파트너인 러시아의 패퇴를 그냥 지켜만 볼 수도 없는 처지다.

26일(현지시간)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정보 당국의 전언을 전제로 "중국이 러시아에 드론 100기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주장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CBS방송에 출연해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걸 고려한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24일 중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도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전달할 경우 심각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중국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분쟁 당사자(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해 전쟁이 길어지고 평화가 요원해지는데도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한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을 빌미로 중국 기업을 무단 제재하는 건 적나라한 괴롭힘 행위이자 이중잣대로, 매우 위선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제기한 무기 지원 의혹에 선을 그으면서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지 않느냐'라는 일종의 '반격'이다.

중국이 실제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추진 중인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미국이 구체적 품목과 수량까지 언급한 건 '중국과 러시아 간 거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 중'이라는 뜻이다. 섣불리 무기를 지원했다가 들통날 경우, '겉으로는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뒤에서는 러시아를 돕느냐'라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게 뻔하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압박도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올해 상반기 중 중국 방문을 준비 중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월)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상반기)도 조만간 중국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중국으로선 대(對)러시아 무기 공급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국 입장에서 러시아의 패배도 곤란하다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쑨윈 중국프로그램 국장은 영국 가디언에 "푸틴 집권 기간 러시아는 중국의 유일한, 동시에 강력한 동맹이었다"며 "중국은 러시아를 대미 전선 파트너로 계속 남겨 두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패전은 단지 '러시아의 굴욕'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유럽에서 미국의 외교·군사적 압박에 맞서 왔던 러시아가 무너지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반미 노선을 걸었던 중국의 방어력도 급속히 힘을 잃게 될 공산이 크다.

천투이더 미국 프린스턴대 중국연구소장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중국의 가장 큰 악몽은 푸틴의 패배"라며 "최상의 시나리오는 지금과 같은 교착 상태"라고 진단했다. 최소한 러시아가 패배하진 않도록, 무기 지원 등을 통해 사실상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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