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개봉 영화 '대외비'서 정계 막후 실력자 역할
'재벌집' 등 다작... "귀찮고 게을러서 못 쉬어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다.” 배우 이성민(55)이 생각하는 연기다. “매 작품 들어갈 때마다 잘 해낼 듯한데” 아쉬움이 남아서다. 지난해 JTBC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진양철 회장 역할로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던 배우답지 않은 발언이다. 그는 새 영화 ‘대외비’ 개봉(3월 1일)을 앞두고 있다. 2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성민을 만났다.
‘대외비’는 1992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다. 이성민은 지역 막후실력자 권순태를 연기했다. 오랜 기간 지역기반을 닦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 전해웅(조진웅)과 대척점에 선 인물이다. 노회하고 피도 눈물도 없다. 베일에 싸인 권력자다. 이성민은 “진짜 직업이 뭔지 모르고, 현실에서 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이 없기도 해 오히려 촬영장에서 매우 편했다”고 했다. “권력의 비호를 받는 브로커겠구나 생각만 하고 연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짧은 머리에 콧수염 기른 인물을 언젠가 해보고 싶다 생각했다”며 “정치인인지 깡패인지 알 수 없는 권순태는 그런 이미지에 맞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권순태는 진양철과 닮았다. 냉혹한 노년 권력자로 돈이나 권력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성민은 “‘남산의 부장들’에서 박통을 연기하며 각인된 이미지가 있어 그런 역할들을 잇달아 맡게 되는 듯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작품, 어떤 인물을 할까 고민이 요즘 많다”며 “너무 각 잡히지 않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성민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2004년 영화계 입문 후 오랜 조연 생활을 거쳐 48세에 ‘로봇, 소리’(2016)로 주연이 됐다. 그는 “20대 때는 지금 같은 모습이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며 “막연히 상상했던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이룬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성민은 “(뒤늦게 주연이 돼)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책임이 따르고 스트레스가 많은데, 20대 때부터 주연을 했다면 50~60년을 그렇게 사느라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에서다.
이성민은 다작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리멤버’까지 포함하면 최근 4개월 사이 선보인 영화와 드라마가 3편이다. 촬영을 마친 영화 ‘핸섬 가이즈’가 하반기 개봉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형사록’ 시즌2 촬영 중이며 이어서 티빙 드라마 ‘운수 오진 날’에 출연할 예정이다. 영화 ‘서울의 봄’은 후반작업 중이다. 다작 이유는 “다른 취미가 딱히 없어서다”. 이성민은 역설적이게도 “게을러서 쉬지 못한다”. “1, 2개월 동안 쉬거나 해외여행 가는 건 귀찮아서 못 하기 때문”이다. 이성민은 “(연기만 하다) 삶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끔은 제 인생이 불쌍할 때도 있다”고 했다. “얼마 전 갱신을 위해 여권을 들여다봤더니 (10년 사이 출국) 도장이 2개밖에 안 찍혀 있었다”고 전했다.
이성민은 “연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는 “자신이 맡은 역할만 잘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 작품성까지 다 고려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더 많다”고 말했다. “저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대표작이 있고, 그 점에 만족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연기 정점이냐고요? 그런 생각하는 배우는 아마 없을 걸요. 좀 더 다른 것 하고 싶고, 좀 더 잘하고 싶어요. 배우가 제 직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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