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돌연사 위험 '변이형 협심증', 줄기세포로 발생 메커니즘 규명

입력
2023.02.27 17:05
0 0

서울대병원 김효수·양한모 교수팀, iPSc를 혈관세포로 분화해 확인

혈관 평활근 세포의 정상 수축 메커니즘(위)과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과도한 수축 메커니즘(아래). 서울대병원 제공

혈관 평활근 세포의 정상 수축 메커니즘(위)과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과도한 수축 메커니즘(아래). 서울대병원 제공

줄기세포 원천 기술을 이용해 미지의 세계였던 ‘변이형 협심증’ 메커니즘(기전)을 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김효수ㆍ양한모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역분화 줄기세포(iPS cell)’를 혈관세포로 분화해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인체 내에서 발생하는 혈관 경련·수축 발생 메커니즘을 확인한 체외 실험 결과에서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경련·수축을 일으키면 심근 혈류가 저하돼 변이형 협심증이 발생한다.

변이형 협심증의 주요 증상인 가슴 통증은 새벽이나 아침에 주로 발생하며, 취침 전에 혈관확장제를 제대로 투여하지 않으면 새벽에 돌연사할 위험이 있다.

이처럼 변이형 협심증이 돌연사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질환이지만 지금껏 그 발생 메커니즘에 대해 정확하게 연구된 바 없었다. 실제 관상동맥을 채취해 실험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변이형 협심증의 병태 생리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심혈관연구단이 지난 20년간 축적해 온 역분화 줄기세포(iPS cell) 노하우를 활용했다.

먼저 변이형 협심증 환자 및 정상인의 말초혈액 속 단핵구를 이용해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든 후, 역분화 줄기세포를 다시 분화해 관상동맥 평활근세포 및 내피세포를 획득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획득한 평활근 세포에 혈관 수축 유도제를 투여한 결과, 정상인군과 달리 변이형 협심증 환자군의 평활근 세포에서는 강하고 연속적인 수축이 일어났다.

특히 환자군은 세포내 칼슘 농도가 정상인군보다 2배 이상 높았고, 칼슘 농도 증가 반응이 1회에 그친 정상인군과 달리 2회 이상의 칼슘 반응을 보였다.

정상인군과 환자군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환자군의 평활근 세포는 정상인과 달리 단백질 붕괴를 막는 수모화(SUMOylation) 과정의 항진(亢進)으로 인해 칼슘 조절 채널인 서카2(SERCA2a) 단백질이 세포의 소포체(세포질에 있는 단일 막으로 구성된 납작한 주머니 모양의 세포 소기관) 부위에 누적돼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즉 칼슘 조절을 담당하는 서카2 단백질이 붕괴하지 않고 누적되면서 대량의 칼슘이 세포 내로 유입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자극이 강하고 연속적인 평활근 세포 수축 반응을 일으켜 결국 변이형 협심증 증세를 유발한 것이다.

연구팀이 칼슘 농도를 정량화된 그래프로 표현하자 정상인군과 환자군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 이로써 칼슘 농도가 변이형 협심증을 진단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근거가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환자별로 변이형 협심증 치료제의 최적 투여 농도를 확인하기 위해 현존하는 치료제를 다양한 농도로 각 환자 유래 세포에 처리했다.

이로써 특정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약물 및 농도를 확인해 기존 변이형 협심증 약물 치료의 난제였던 부작용을 최소화할 길을 열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김효수 교수는 “줄기세포 역분화 및 분화 기술을 이용해 체내 혈관을 체외에서 구현하고, 혈관 이상 현상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해 의미가 크다”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암 줄기세포에 의한 재발성 암 정복, 고령 환자의 근감소증 재생 치료법, 심부전 환자의 심근 재생 치료법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생명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 리서치(Biomaterials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

김효수((왼쪽)·양한모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효수((왼쪽)·양한모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