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법 시행령 회계 공개 의무화 검토
일부 탈퇴 가능성... 다수 등 돌리면 역풍
정부가 회계 자료를 내지 않는 노동조합을 조합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의 검토에 착수했다. 노조를 길들이려는 목적이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는 노동자라는 점에서 역풍이 불 수도 있다.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현재 조건 없이 이뤄지고 있는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에 요건을 부여할 방법을 정부가 찾기 시작했다.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서는 현재 15%인 조합비 세액공제를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얼마 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발(發) 예고의 구체화 작업에 시동을 건 셈이다.
의지만 있다면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 지원 철회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가장 간단한 방안은 소득세법 시행령의 ‘기부금 범위’ 조항(80조)에서 노조 조합비를 빼 버리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은 정부 재량이다. 하지만 회계 자료를 내도록 강제할 지렛대를 만들겠다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안은 세법 시행령에 노조의 회계 자료 제출 의무를 지원 대상 요건으로 명시하는 방안이다. 명분도 있다. 공익단체의 경우 수혜 조건이 노조보다 까다롭다. 가령 수입 중 개인 회비ㆍ후원금의 비율이 일정 비율을 초과해야 하고, 결산 보고서를 과세 기간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반면 노조는 노동조합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설립된 노조라면 모두 다른 조건 없이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예측하기 힘든 노동자들의 반응이다. 일부 노조 대상 세액공제 지원 중단이 현실화할 경우 조합원에게는 선택지가 두 가지다. 하나는 노조를 탈퇴해 아예 조합비를 내지 않는 것이다. 이탈이 없지는 않으리라는 게 노동계 관측이다.
그러나 조합원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줄 수 없다고 해서 그 노조가 와해 지경까지 이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매월 5만 원씩 연간 60만 원을 조합비로 납부하는 조합원이라면 원천징수된 소득세에서 연말정산 때 9만 원을 돌려받게 된다. 두 달치 조합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2021년 기준 연말정산을 통해 종교단체 외 지정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을 실제 받은 근로자가 409만6,866명에 달하는데, 해당 기부금의 상당 부분이 노조 조합비다. 이들 개별 조합원이 등을 돌린다면 정부로서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조 조합비는 정부 지원금이 아니다. 회계 자료 제출을 강제할 권한이 정부에 없고, 이를 샅샅이 들여다보려는 시도에는 노조 자주성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노조 힘을 빼기 위해 어떻게든 꼼수를 쓰려 하기보다 노조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민주주의 정부의 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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