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하이트진로 "가격 안 올린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 부담됐을 것 시각
천정부지로 치솟는 먹거리 가격, 한동안 안정세를 보일까. '풀무원샘물'의 출고가 인상을 예고한 풀무원이 갑자기 인상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27일 각 유통업체에 보냈다. 원가 부담으로 소주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였던 하이트진로는 이날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다"고 밝혀 그 배경을 두고 이목이 쏠린다.
앞서 풀무원은 22일 각 유통업체에 다음 달 1일부터 '풀무원샘물'과 '풀무원샘물 워터루틴'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 올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배포했다. 그러나 닷새 만인 이날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고려해 인상을 없던 일로 하겠다고 밝혔다. 풀무원 관계자는 "인상 결정 뒤에도 내부적으로 검토를 이어왔다"며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덜자는 결론에 이르러 인상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하이트진로는 이날 소주 가격을 두고 "가격 인상 요인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당분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값과 병뚜껑값 인상으로 소주 가격이 오를 것이란 소문이 퍼지자 이례적으로 가격 올릴 일 없다는 해명을 한 것이다.
두 업체의 이날 결정을 두고 일부에선 최근 정부의 움직임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부터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앞세우고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주요 식품업체와 가공식품 가격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에 26일 실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이 잦았고 정부의 기조를 고려하면 올 상반기 가격을 더 올리기가 눈치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품 업계가 가격 인상을 밝혔다가 철회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풀무원과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이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번복했다. 당시 풀무원은 두부와 콩나물 등의 가격을 평균 7% 올리기로 했다가 물가 안정에 힘을 보태겠다며 인상 시기를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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