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주3회 사무실 출근" 지침에
직원 집단 반발... 디즈니도 노사 충돌
대규모 해고 맞물려 기업 힘 커진 영향
"장기적으론 재택근무 늘 것" 분석도
"우리는 궁극적으로 대부분 시간(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사무실에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5월 1일부터 변경 사항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18일(현지시간)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지사항을 직원들에게 알렸다. 그는 "물론 예외에 해당하는 직군(일부 영업사원 등)이 있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이(예외 대상)는 소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 국면에 접어든 뒤에도 원격근무를 허용해 왔던 아마존이지만, 5월부턴 예전으로 돌아가겠다는 통첩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원격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은 회사의 명령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무실 복귀 명령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화방엔 사흘 만에 1만6,000명 이상이 가입했고, 5,000여 명이 청원서에 이름을 올렸다. CNBC에 따르면 청원서엔 △상당수 직원이 완전 원격근무 또는 최대 주 2회 출근을 선호하고 △원격근무는 업무 생산성을 높일 뿐 아니라 △회사에 비용 절감, 고급 인재 유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박이 담겼다고 한다. 또 △대면업무 복귀는 일과 삶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특히 아이를 둔 부모, 장애인, 유색인종 등에게 타격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틱톡 "회사 근처 안 살면 해고할 수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아마존처럼 원격근무 정책을 거둬들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대면출근 여부를 두고 긴 혼란기를 보냈고, 월트디즈니 컴퍼니도 지난달 주 4회 회사 출근을 지시했다.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업체 틱톡은 "최소 주 2회 출근이 어려운 거리에 사는 직원들은 해고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미국 10대 도시의 사무실 사용률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고 사무실 출입 보안업체 캐슬 시스템즈는 분석했다. 23%였던 지난해 1월 이후 1년 만에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팬데믹 종식은 명분? 재택 해제하는 기업 속내는
원격근무 방침을 철회하는 회사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팬데믹이 끝났으니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는 것. 아마존의 재시 CEO는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 협업하는 게 더 업무 효율이 높고 △일을 배우기도 쉬우며 △리더가 직원들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도 용이할 뿐 아니라 △자주 만날수록 결속력이 커진다는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이는 말그대로 명분일 뿐,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시작이 많다. 테크업계에 대규모 해고가 잇따르며 고용주의 힘이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팬데믹 때는 치열한 인재 유치 경쟁 때문에 기업이 직원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려고 했지만, 비용 절감이 지상 과제가 된 지금은 굳이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면서까지 붙잡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재택근무를 보장하는 직장에 지원자가 대거 몰릴 정도로 근로자들의 원격근무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사무실 근무 방침은 차츰 힘을 잃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포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격근무를 지원하는 기술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재택근무가 확실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