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취임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김규현 국정원장 등 주요 간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분단된 한반도의 안보 현실은 엄중하고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북한 정권의 오판과 도발을 무력화하고 글로벌 정보전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국정원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거대한 제방도 작은 개미굴에 의해 무너지듯, 국가안보 수호에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이라는 조직의 존재의 이유, 즉 본질적 책무는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자유 수호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정보기관 직원의 자세와 마음가짐은 남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의 대북 방첩 기능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반도의 안보 현실과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을 언급한 뒤 "미래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지키는 것이 국가안보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국정원이 민관군과 긴밀히 협력하여 국가사이버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써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첨단기술을 북한ㆍ해외ㆍ방첩정보 분석에 적극 접목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은 국정원이 북한 연계 지하조직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격려와 함께 여당이 주장하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존치론’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미가 담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대공수사는) 해외 수사와 연결돼 있다. 국내에 있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업무적 보강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여소야대 국회 상황으로 인해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 유지하기 위한 국정원법 재개정을 추진하긴 어렵다. 이 때문에 검경과의 협업을 통하지만 자문 등의 역할을 강화해 주도권을 쥐는 모양새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조상준 전 기획조정실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국정원 안팎에서 제기된 조직 운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있다. 당시 내부 개혁을 담당했던 검찰 출신의 조 전 실장과 국정원 출신 간부들 간의 갈등설이 제기됐었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 조직 운영과 관련해 “국정원은 특수한 조직”이라며 “정해진 직급과 승진 제도에 묶여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요원의 전문성과 기량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춰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유연하고 민첩한 의사결정 체계와 인사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선 최초의 여성 중앙정보국(CIA) 수장을 맡았던 지나 해스펠 전 국장을 언급하며 “지나 해스펠은 정보요원으로 살아온 삶을 단순한 직업이 아닌 소명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며 “여러분과 함께 국가를 위한 헌신의 마음가짐을 되새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기 전, 원훈석 앞에서 간부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방명록에 "자유 수호를 위한 여러분의 헌신과 열정을 굳게 지지합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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