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음악감독 정재일, 피아노 연주 앨범 '리슨' 발매
"협업하다 솔로 하니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 없어 행복"
"피아노, 내게는 말보다 편한 악기"
“정재일은 몰라도 전 세계가 ‘오징어 게임’ 음악은 알게 됐죠. 명예를 얻었어요.”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정재일(41)은 ‘요즘 가장 바쁜 음악가’로 통한다.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영상 속 그의 음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재작년에는 '오징어 게임'으로, 독창적 영상 음악에 주는 미국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The Hollywood Music In Media Awards)를 받은 첫 번째 한국인이 됐다.
정재일이 이번에는 솔로 앨범 ‘리슨(LISTEN)’으로 대중 앞에 섰다. "말하는 것보다 피아노 치는 게 더 편하다"며 가장 자신 있는 피아노 연주곡으로 돌아온 그를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만났다.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 없는 나만의 음악”
정재일은 스스로를 수십 년간 무대 뒤에서 아티스트들을 돕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17세 나이에 밴드 긱스의 베이시스트로 음악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패닉, 박효신, 아이유 등 유명 아티스트의 프로듀싱·작곡을 맡았다. 그는 “무대 뒤에서도 예술적 희열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희열이 찾아왔다. 유니버설뮤직의 클래식 레이블 데카에서 솔로 앨범 작업을 제안한 것이다. 이전에도 싱글·앨범을 발매한 적이 있지만 세계 굴지의 음반 레이블과의 작업은 처음이었다. 정재일은 “20대 때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던 게 떠올랐다"며 “전 세계적으로 내 음악을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아티스트나 영화감독과의 협업에 익숙했던 그는 이번 솔로 작업이 반가웠다. 솔로 활동의 좋은 점을 묻자 그는 단박에 “컨펌받을 사람이 없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맨땅에 부딪혀야 하니 쉬지도 못하지만,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모든 단점을 상쇄한다”고 말했다.
슬픈 음악, 영화 음악 이어.. “다양한 시도할 것”
이번 앨범 전곡은 피아노 연주곡이다. 그는 “침잠하는 분위기를 담은 곡들”이라고 소개했다. 앨범 커버로 쓰인 밤바다 사진처럼, 어둠 속에서 물줄기가 흐르는 틈에 가라앉는 공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앨범 전곡이 노르웨이 유명 녹음실인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녹음됐다. 그는 "잘 관리된 피아노의 음질이 필요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긱스로 활동하던 고등학생 시절, 정재일은 한 인터뷰에서 “슬픈 음악과 영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답한 적이 있다고 했다. 솔로 앨범 발매부터 세계적 영화 음악 작업까지 꿈을 이룬 셈이다. 다음 단계는 뭘까. 그는 "안 해본 시도까지 포함해 다양한 작업을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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