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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교육 현장의 워크북으로 활용해야

입력
2023.02.27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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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디지털 게릴라 공개토론회(포럼)에서 교육북 직원들이 챗GPT를 체험해보고 있다. 뉴스1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디지털 게릴라 공개토론회(포럼)에서 교육북 직원들이 챗GPT를 체험해보고 있다. 뉴스1

부모 세대의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거실의 서가를 꽉 채운 백과사전으로 표출됐던 시절이 있었다. 근대 백과사전은 유럽 계몽주의자들이 세상의 모든 최신 지식을 모아 보통의 시민에게 전달한 계몽 프로젝트였다. 이로 인해 소수 엘리트가 점유했던 독점적 지식의 일방향 확산이 가능해졌다.

2001년 시작된 위키피디아로 인해 인터넷 공간의 개방적 집단 지성이 서가의 백과사전을 대치하게 되었다. 정보의 불완전성과 정치적 편향성 비판을 받으면서도 위키피디아는 꾸준히 성장했고, 2022년에도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웹사이트 5위를 차지했다.

2022년 겨울 출시된 대화형 인공지능 검색 플랫폼 챗GPT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교육계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제주의 한 국제학교에서는 챗GPT를 돌려 제출한 에세이 과제물에 낙제점을 주었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의 대학들도 챗GPT 사용과 인용 방식 등 실제적 활용 지침을 고심하고 있다. 챗GPT를 이용한 시험 답안지, 에세이, 논문은 일절 용납될 수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에 찬성하지 않는다. 15세기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대량 인쇄술은 당대의 지식을 독점했던 일부 지배층에 달갑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종교개혁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을 지난 후에야 비로소 힘을 받게 되었다. 19세기 자동차에 대한 마차 사업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고, 결국 붉은 깃발법(Red Flag Act, 1865)의 규제 대상이 됐다.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과 규제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진보했고, 지금 인쇄술과 자동차는 현대인 일상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챗GPT도 인간의 지적 행위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일상의 필수 테크놀로지로 곧 자리 잡을 것이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래 최고의 바둑 고수들은 알파고에 대한 치밀한 복기를 통해 오히려 창의적 기량을 크게 늘렸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각급 학교와 대학 교육도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한편 챗GPT는 인간이 갖고 있는 편향성의 거울이다. 챗GPT가 성평등, 인종, 종교, 계층에 대한 편향성을 보여 준다면, 이는 기계학습 대상인 인간의 편향적 속성 때문이다. 백과사전 시대에도, 위키피디아 시대에도 편향성의 문제는 늘 있었다. 챗GPT라는 거울에 반영된 편향성에 대한 진지하고도 비판적인 성찰은 인류 공동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새 학기에 맡은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문화' 강의에서 챗GPT를 '워크북'으로 활용하는 토의를 시도하려고 한다.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한 챗GPT의 대답을 반드시 먼저 읽고 참고하되, 이를 바탕으로 더욱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토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오픈 챗GPT' 시험도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강단의 교수도 한층 더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챗GPT의 대답이 만점 답안이라면 이는 이미 적절하고 의미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량 인쇄술 시대에 숙련된 필사를 요구하거나, 자동차 시대에 마차 다루는 법을 가르칠 이유가 없다. 새로운 테크놀로지 시대에 정말 필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정부가 한국형 챗GPT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법 개정을 서두른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챗GPT를 산업과 교육 현장에서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는 진지한 성찰과 연구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챗GPT를 산적한 문제해결을 위한 추론의 시작과 과정을 연습하는 워크북으로 스마트하게 활용해서, 이전 시대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더욱 창의적이고 더욱 균형 잡힌 미래 지식의 탑을 차분히 쌓아가는 것이 이 시대 교육의 과제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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