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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엔 집 주고, 아이 1명당 의사 월급 3배" 북한도 저출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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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엔 집 주고, 아이 1명당 의사 월급 3배" 북한도 저출산 고민

입력
2023.02.23 15:00
수정
2023.02.24 11:05
6면
0 0

합계출산율 1.9명...세계 평균 밑돌아
젊은 세대, 형편 어렵고 영양상태 부실
다자녀가구에 파격 혜택 "무조건 휴직"

평양교원대학 부속 모란봉구역 개선유치원의 어린이들이 체중을 재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시스

평양교원대학 부속 모란봉구역 개선유치원의 어린이들이 체중을 재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시스


"자식 낳는 게 죄가 된 자본주의 나라 여성들 속에서는 '자식을 낳지 않는 게 편하다', '아이 낳아 키우는 것은 곧 직업을 잃는 것'이라는 말이 유행어로 나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 10일자 기사에서 한국 등의 저출산 세태를 깎아내리며 이같이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북한에서도 아이 울음소리가 잦아들어 고민이 깊다. 경제난 탓에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1명대로 떨어지면서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23일 CIA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명으로 세계 평균(2.4명)을 크게 밑돌았다.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다. 1960년 당시 5.11명이었던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식량난으로 주민 수십만~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시기) 이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반면 청년세대가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다. 북한의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9.75%였다.

북한의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우리와 비슷하다. 우선 경제 형편이 어렵다. 정은찬 통일교육원 교수는 "결혼한 뒤 아이를 키울 여건이 돼야 출산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중국과의 국경이 봉쇄되면서 경제적 타격을 받은 접경지역에서 출산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성의 사회 진출이 과거보다 활발해진 점 △핵가족화로 조부모 등이 아이를 돌봐줄 여건이 안 되는 점 △식량난 탓에 가임기 여성들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도 출산율에 악영향을 줬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9월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 수립 73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연단으로 걸어가고 있다. 평양=AP 뉴시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9월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 수립 73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연단으로 걸어가고 있다. 평양=AP 뉴시스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다자녀가구를 챙기는 한편 파격적인 '당근'을 내놓으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이 중심이 된 북한으로서는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건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최근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는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우대하는 기풍을 확립하며 국가적인 보장대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파격적 지원책 안 통해…"체감 안 되는 정책"

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자녀를 2명 이상 낳으면 조선노동당 당원 자격을 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또, 3명 이상의 자녀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들이 고급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직장에 휴직을 요구하면 무조건 승인해 준다. 최근에는 '살림집법'을 개정해 "세 쌍둥이 세대와 자식을 많이 낳아 훌륭히 키우는 세대 등에 살림집을 우선 배정한다"고 명시했다.

2020년 7월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5세 미만 영유아 자녀를 둔 보호자에게 아이 1명당 7,500원(북한돈 기준)을 지급하기도 했다. 북한의 의사 월급이 2,500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큰돈이다.

하지만 이런 지원책에도 출산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 정 교수는 "북한에서는 장마당(시장)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늘어 휴직 지원 등 대책은 별로 와닿지 않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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