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7인, 필즈상 1인 성명 발표
일본 정부, 회원 임명 법 개정 추진
“학문의 독립성 침해 우려” 반발
노벨상을 받은 일본의 원로 학자들이 국립 학술기관인 ‘일본학술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공동 행동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학술회의 회원 임명 과정에 비회원들로 구성된 '제3자 위원회'가 참여하도록 해 투명성을 높이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학자들은 정부가 인사에 간섭하려는 의도로 본다.
23일 NHK와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200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노요리 료지(84) 나고야대 특별교수를 비롯한 노벨상 수상자 7명과 1990년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 모리 시게후미(72) 교토대 특별교수 등 8명은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재고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숙한 선진국은 정부가 국립 아카데미의 활동 자율성을 존중하고 개입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삼는다”고 지적했다.
1949년 설립된 일본학술회의는 총리 관할의 ‘내각부 특별기관’이다. 인문사회·자연과학자들이 소속돼 독립적으로 연구하고 정부에 조언도 한다. 첫 총회 때부터 학계가 태평양전쟁에 동원된 것을 반성하고 평화헌법 수호와 학문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성명을 채택하는 등 정부와 거리를 뒀다.
일본 정부는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학술회의 인선에 개입하지 않았다. 학술회의에서 추천한 회원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했다. 관행이 깨진 건 2020년이다.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는 전임 정부인 아베 신조 내각에서 추진한 ‘집단적 자위권 용인'에 반대한 학자 6명의 임명을 거부했다. "학계를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을 샀지만 일본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헀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제3자 위원회 설치 방침은 학술회의를 또다시 자극했다. 기시다 내각은 관련 법 개정안을 다음 달 각의 결정하고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학술회의는 투쟁 모드다. 지난 14일 역대 회장들이 학술회의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주요 7개국(G7)의 국립 학술원에 상황을 설명하고 지지 요구를 하는 서한도 보냈다. 이탈리아와 독일 학술원에서는 "우려를 공유하며 연대하고 싶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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