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물증 없이 헌정사 첫 제1야당 대표에게 영장
②"당 분열 회피가 우선"이란 공감대 확산
③내년 총선 앞 이 대표·비명계 전략적 제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27일)이라는 악재에도 민주당은 오히려 단단하게 결집하는 모습이다. 그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해온 비이재명계 의원들조차 "일단은 단합부터"를 외치고 있다. 검찰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가 당초 예상과 달리 분열보다 당내 구심력을 강화하는 촉매로 작용한 배경은 무엇일까.
①헌정사 첫 제1야당 대표 영장 청구
그동안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한 민주당 내 시각은 둘로 갈렸다. 친명계가 주축인 지도부는 "야당 탄압이자 정적 제거 시도"라고 강조한 반면, 일각에선 "대표 선출 이전에 벌어진 사안으로 당이 아니라 개인이 책임질 사법 리스크"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헌정사상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 이후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검찰이 해도 너무한다"는 입장이 확산됐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영장 청구를 계기로 비명계 사이에서도 '이 대표에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검찰이 너무 심하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영장 청구서 공개 이후 "검찰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쥐고 있을지 모른다"는 일각의 견해는 쑥 들어갔다. 오히려 "뚜껑을 열어 보니 아시타비(我是他非·내로남불이라는 뜻), 시정 농단과 같은 수사(修辭)만 넘친다"는 반응이 많다.
고민정 최고위원이 22일 BBS 라디오에서 "(영장에) 좀 더 명확한 증거나 물증이 나왔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하나도 없다 보니 이재명 개인에 대한 수사보다 민주당에 대한 탄압으로 많이 해석한다"고 밝힌 이유다.
②"당 분열 회피가 우선" 공감대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민주당이 시계 제로의 혼돈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원들이 가장 우려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이 대표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비명계에서도 검찰 수사라는 외력에 의한 강제적 변화보다는 당분간 현상 유지가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비명계 인사는 "체포동의안 가결은 당대표를 우리 손으로 사자 우리에 던져 넣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 경우 당이 하나로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당이 쪼개지면 친명계든 비명계든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③이 대표와 비명계 간 전략적 제휴
이 대표와 비명계가 당분간 실리를 챙기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대표는 비명계의 지지를 얻어 인신 구속의 위기를 넘기는 대신, 비명계는 이 대표에게 "내년 총선에서 비명계를 겨냥한 공천 학살은 없을 것"이란 언급을 받아낸 '이익 연대'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최근 공천 과정에 당원 평가를 도입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기존 시스템을 그런 식으로 바꾸면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얼마나 분란이 생기겠나"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 "최대한 손대지 말고 안정적으로 가겠다" 등의 취지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는 것도 비명계를 향한 손짓으로 읽힌다.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서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친명계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이 대표가 "내 이름을 팔지 말라"며 경고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양측 간 전략적 제휴의 유효기간에 대한 전망은 분분하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일단 구속 위기를 넘긴 다음 내년 총선 승리가 당면 과제인 만큼 현역의원 물갈이 등 쇄신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비명계 역시 이번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검찰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에 '방탄 정당'이란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이끌 민주당의 얼굴로서 내세울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면, 이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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