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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리그 우승 앞둔 HL 캡틴 박진규 “故 민호 형에게 큰 선물 안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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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리그 우승 앞둔 HL 캡틴 박진규 “故 민호 형에게 큰 선물 안기겠다”

입력
2023.02.22 1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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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 우승까지 8부 능선 넘어
'영원한 주장' 조민호에게 우승 바치고 싶어

HL 안양의 주장 박진규가 19일 안양빙상장에서 열린 2022~23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닛코 아이스벅스와 홈 경기에서 빙판 위를 질주를 하고 있다. 우승까지 8부 능선을 넘은 박진규는 '영원한 주장' 故 조민호에게 우승컵을 바친다는 각오다. HL 안양 제공

HL 안양의 주장 박진규가 19일 안양빙상장에서 열린 2022~23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닛코 아이스벅스와 홈 경기에서 빙판 위를 질주를 하고 있다. 우승까지 8부 능선을 넘은 박진규는 '영원한 주장' 故 조민호에게 우승컵을 바친다는 각오다. HL 안양 제공

“경기 전 항상 기도해요. 민호 형에게 ‘힘을 달라’고.”

국내 유일 아이스하키 실업팀 HL 안양의 캡틴 박진규(32)는 언제나 ‘영원한 주장’ 故 조민호를 가슴에 품고 얼음판을 누빈다. 조민호는 한국아이스하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역사적인 첫 골을 터뜨렸고, 대표팀과 HL에서 든든한 리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35세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한국 아이스하키는 큰 슬픔에 잠겼다.

2014년 한라(전 HL)에 입단해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조민호를 믿고 따랐던 박진규는 주장 완장을 물려 받고 3년 만에 재개된 2022~23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 HL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22일 현재 정규리그 종료까지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단독 선두(28승 8패 승률 0.778)다. 2위 오지 이글스(일본)와 동률이지만 상대 전적에서 5승 3패로 앞서 2017년 이후 6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까지 8부 능선을 넘어선 상태다. 남은 4경기는 6개 팀 중 5위 요코하마 그리츠(9승 27패)와 홈 2연전, 최하위 도호쿠 프리블레이즈(8승 28패)와 원정 2연전이다.

지난 16일 안양빙상장에서 만난 박진규는 “2위 팀의 기세가 좋아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면서 “민호 형에게 큰 선물을 안기기 위해 마지막까지 집중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우승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번 시즌 박진규는 경기 전 애국가가 울릴 때마다 항상 기도를 한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민호 형을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민호 형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하겠다. 힘을 달라’는 기도를 매 경기마다 한다”고 설명했다.

안양빙상장 로비에 전시된 조민호 관련 물품. 김지섭 기자

안양빙상장 로비에 전시된 조민호 관련 물품. 김지섭 기자

리더십을 곁에서 보고 배운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 박진규는 “힘들고 무거운 주장 자리를 민호 형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냈다.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선수들에게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고 적절하게 딱 할 말만 했다. 후배들과 관계도 한 명씩 다 친하게 지내서 소통도 잘 했다”며 “나 또한 묵묵히 지켜보다가 필요할 때 디테일 한 부분들을 짚어주려고 한다. 고참들에게는 내가 직접 얘기를 하고, 나이 어린 후배들은 부주장인 송형철과 전정우가 잘 챙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리그도 어느덧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HL은 일본 팀들 사이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현재 참가한 6개 팀 중 HL을 제외한 5개 팀이 모두 일본 팀이다. 한 때 대명 킬러웨일즈, 하이원까지 총 3팀이 뛰었던 한국 아이스하키는 이제 두 팀이 해체돼 HL만 남았다.

박진규는 “시즌 시작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우리는 국내 대회가 적어서 경기력이 많이 떨어지고, 일본 팀들은 국내 대회에서 자기들끼리 계속 경기를 했기 때문에 우려가 컸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다행히 선수들이 우리끼리라도 으쌰으쌰 힘내서 하자는 분위기였다. 생각 이상으로 개인 훈련을 열심히 하고, 팀 훈련을 집중해서 잘 소화했다”며 “또 아시아리그가 코로나19로 멈추기 전까지 외국인 선수 덕분에 우승을 많이 했다는 소리를 안 듣기 위해 더 열심히 한 점도 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시즌 백지선 감독 체제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포워드 포지션에서 공격 포인트가 많지 않더라도 부지런히 빙판을 누비며 팀의 ‘산소 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HL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부족할 때는 수비수도 볼 수 있는 등 어느 자리든 든든하게 메울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는 박진규. HL 안양 제공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는 박진규. HL 안양 제공

박진규는 “출전 시간이 늘어난 게 가장 만족스럽다”며 “경기에 못 뛸 때는 뛰고 싶어도 ‘내가 100% 힘을 다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막상 많이 뛰어 보니 ‘내가 잘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전임 패트릭 마르티넥 감독과 현 백지선 감독의 차이에 대해선 “패트릭 감독님은 박빙 상황에서 4개 라인 중 3개 라인만 가동하지만 백 감독님은 4개 라인을 균등하게 투입시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2020년 5월 결혼해 2022년 4월 득녀를 한 박진규는 그간 아시아리그가 멈춰 가족에게 아이스하키 선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지만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당당한 가장이 됐다. 그는 “가정과 팀 어느 한 쪽도 소홀하지 않고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이번 시즌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은 뒤 “다행히 아내가 배려를 많이 해줘 집에서 잘 쉬게끔 해준다. 아무래도 운동 선수니까 경기장에서 아이스하키를 하는 모습을 좋아해준다”고 아내의 내조에 고마워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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